한국일보

거래 ‘뚝’… 가격 산정 “힘들다 힘들어”

2009-03-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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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주택 사정관들에게 있어 주택가격을 산정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잠재적 바이어들의 주택구입이나 기존 주택소유주들의 모기지 재융자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사정관들이 주택가격을 산정하는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그 주택과 같은 지역에서 매매된 주택의 가격을 살펴보는 것. 만약에 비슷한 조건을 갖춘 주택이 최근 30만달러에 팔렸다면 사정관들은 그들이 산정하려는 주택가격을 대략 그 수준으로 추산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전국에서 매매되는 주택 수가 크게 줄었다. 이는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주택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월 전국에서 매매된 신규주택 수는 월별 비교 때 45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기존주택 매매도 1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최근 한 지역에서 매매된 주택가격을 파악하고 있더라도 그 가격을 믿을 만한 것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주택가격을 산정한다는 것은 주어진 시간에 시장이 형성된 곳에서 가격을 추산하는 것인데 가격이 자유 낙하할 때는 주택의 가치도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뉴욕의 유수 주택감정회사 밀러 새뮤얼의 조나단 밀러 사장은 “우리 회사가 믿을 만한 가격을 산정할 수 있을 만큼 주택매매가 많지 않다”며 “매매가 성사된 된 주택가격도 시장 흐름에 꽤 뒤쳐져 있어 적당치 못한 금액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모기지 브로커협회 마크 사빗 회장도 사정관들이 주택가격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을 만큼 비교할 수 있는 주택 매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정관들은 가격을 산정하려는 주택으로부터 1마일 내 위치한 곳에서 비교 대상의 주택을 찾기 원하고 있으나 요즘처럼 매매가 한산한 상황에서 1마일 안에서 최근 매매된 비교 대상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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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택 거래 12년만에 최저 수준
1마일내 가격 비교 대상 크게 줄어
구입-모기지 재융자 더 어려워져



◆다른 옵션

충분한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사정관들은 주택가격을 산정하는데 있어 바이어와 셀러가 처음 합의한 계약가격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많은 주택 매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신빙성 있는 가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밀러 사장은 “대다수 셀러들은 자신의 주택가격을 높게 잡고 있어 리스팅 가격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수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학과 에릭 존슨 교수는 사람들이 한 때 자신이 살던 부동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현상을 ‘기부의 효과’라고 불렀다.

셀러들은 리스팅 가격을 높게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리스트 가격과 현실 가격 사이에 커다란 차이를 낳은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적으로 뉴욕 지역에서 리스트 가격과 현실 가격의 차이는 평균 16%에 달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사정관들은 주택매매가 성사될 수 있도록 가격을 부풀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셀러, 바이어, 부동산 에이전트, 론 오피서, 모기지 브로커들 모두가 매매가 이뤄지는 일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사정관들이 협조를 하지 않고 주택가격을 높게 산정하지 않으면 그들은 그 매매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사정관들은 매우 보수적으로 주택가격을 산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 소유주들의 새 주택 구입이 용이치 않으며 기존의 주택 모기지에 대해 재융자를 받는 일도 쉽지 않게 된 것.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정관 조니 헤르돈은 “금융기관들은 주택가격이 가장 낮은 수준에서 산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정관들이 한 주택의 가격이 11만5,000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해도 금융기관들은 10만달러로 산정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기관이 사정관의 산정을 거부하면 세 가지의 경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주택 감정연구소 짐 아모린 회장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은 다른 사정관에게 주택가격 산정을 의뢰할 것이며 혹은 셀러들은 주택 가격을 낮추거나 바이어들은 더 많은 현찰을 들고 그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그는 “이 가운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금융기관들은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모기지 융자를 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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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매매가 급격히 감소, 주택 사정관들이 주택가격을 산정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가격 산정 보수적으로” 거센 압력


◆조정

사정관들이 비교 대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다른 길은 ‘네거티브 시간 조정’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일례로 주택가격이 연율로 환산, 12% 떨어지는 시장에서 한 주택이 3개월 전에 20만달러에 팔렸다면 비교 대상의 주택 가격은 그 시장의 상황을 반영, 3% 인하된 수준에서 산정된다.

모기지 브로커 럭서리 모기지의 최고 경영자 데이빗 아다모는 “일부 지역에서 50% 이상의 주택 가격이 이 방법으로 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옵션은 자동 산정 모델을 동원하는 것이다. 주택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수학 공식이 사용된다.

사정관들은 매매된 주택가격과 그 주택의 크기를 조사, 기본적인 주택가격을 산정한다.

일례로 스퀘어피트 당 200달러에 팔리는 지역에서 한 주택의 크기가 15만스퀘어피트라면 이 방법에 의해 그 주택가격은 30만달러로 어림짐작할 수 있다. 새로운 매매 데이터가 추가될 때 주택의 가격은 그 수준에서 조금 오르거나 내리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주택의 외관이나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그 결과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질 수 있다.


◆오바마 계획에 대한 영향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차압 방지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정확한 주택가격을 산정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 졌다.

이 대책은 시세보다 주택 소유주가 갚아야 할 모기지 융자액이 많더라도 그 주택 소유주들은 국책 모기지 업체 프레디맥과 패니매를 통해 낮은 금리로 재융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의 가치보다 갚아야 할 모기지 융자액이 105%가 넘는 주택 소유주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정관들은 더욱 정확하게 주택가격을 산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아모린 회장은 “금융기관들 사이에 주택가격이 제대로 산정됐는지 철저하게 따져보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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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관들은 인근에서 매매된 주택가격을 참조, 주택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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