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남의 것을 베끼지 말아라

2009-03-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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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이야기이다. 와우벤또가 있는 백화점에 우리와 비슷한 음식을 파는 가게가 개업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나는 같은 백화점 음식코너에 비슷한 종류의 음식점이 두 개가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매니저에게 항의를 했다. 하지만 그 가게를 개업하려는 사람은 한국인이었고 젊은 유대인 매니저에게 한국인끼리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얼마 후 그 한국인 사장님은 많은 돈을 들여서 가게를 개업했다. 예상했던 대로 그 가게의 음식은 우리 가게와 비슷했다. 물론 자유경쟁 시대에서 남과 비슷한 것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무시한 채 잘 된다는 것을 무조건 베끼는 것은 옳지가 않다.

이런 예는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몇 년 전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프로즌 요구르트. 그때 마지막 글자가 베리로 끝나는 여러 개의 프로즌 요구르트 브랜드가 생겼다. 사람들은 프로즌 요구르트 가게만 열면 무조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가게의 이름과 이미지 그리고 디자인까지 무차별로 베끼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가 단지 프로즌 요구르트의 뿐만이 아니라 한인사회에서 자주 일어나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어떤 음식이 굉장히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문만 나면 얼마 후 유사한 가게가 한두 개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장이 포화가 되면 그 가게들끼리 가격 경쟁을 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가게는 망하고 선두의 한두 가게만 살아남아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공식이다.

이것은 한인사회 전체로 보면 너무나 큰 손실이다. 이렇게 서로 경쟁을 하다 망하는 사람은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고 시장에 남은 사람도 정신적·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면 이런 소모적인 경쟁을 왜 하는 것일까. 첫째는 한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 소유권에 대한 관념이 너무 빈약한 데 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죄로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 만든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한탕주의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업을 해서 큰 성공을 거두면 어떤 대가를 치르지 않고 그 유행에 편승해 같이 돈을 벌려는 심리는 밑바닥에 한탕주의가 숨어 있다. 이것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우리 한인들의 나쁜 관습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조건 남이 잘 된다고 따라 하고 베끼는 것은 도둑질이고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어리석은 짓이다. 정말 남이 하는 사업과 유사한 것을 하고 싶으면 더 발전되고 차별화를 시켜서 해야 한다. 그 좋은 예로 요즘 무게로 재서 파는 프로즌 요구르트 가게는 많은 다른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는 중에서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같은 업종을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노력을 더해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하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 남의 것이나 베껴서 유행에 편승하려는 사람들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생각하고 노력해서 자신의 것을 만들고 당당하게 그것으로 시장에서 평가 받는 그런 풍토가 생겼으면 한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남의 사업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도둑질이다.
2. 베껴서 성공을 하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가격경쟁만 하다 망한다.
3. 생각하고 노력해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라. 그것이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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