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 약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2009-03-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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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동의 계절 3월로 접어든다. 신록의 계절, 3월! 잠자고 있던 대지들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비로 서서히 잠이 깨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주 초부터 내리는 비는 2월의 비처럼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곧 이어 집주변 언덕너머로 눈에 자주 띌 봄볕 아지랑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따뜻한 온기를 지닌 비의 느낌이다. 일 년 내내 계절이 왔다 감을 확연히 느끼지 못하는 남가주에서, 그래도 따스한 온기의 비로 인하여 이제야 봄이 옴을 실감하는 것 같다. 이렇게 오는 봄비 소식과 함께 이제 막바지로 마무리할 부동산경기와 미국 내 경기에서도 어서 봄소식이 와야 하겠다.

그동안 참 많이도 힘들었었다. 물론 지금도 쉽지는 않지만,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부동산경기의 침체, 모기지 은행들의 채권 부실로 인한 신용경제 체제의 붕괴, 그 여파로 인한 미국 실질경기의 침체, 급기야 소매업체, 식당, 마켓 등의 매출감소에 따른 고용위기까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아직까지 경기가 제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밝고 환한 소식이 들릴 것이다. 물론 계절적으로 1월, 2월은 1년 중 매출이 가장 낮은 달로 치니까 그런 면을 감안한다면 그래도 봄이 오는 3월과 꽃피는 4월이 오면 분명 무언가 달라지리라 기대한다.

그래. 4월만 되자. 그래서 서머타임(Summer Time)이 실시되어 낮 시간이 길어지고 해가 뜨거워지면 일반 소매경기가 살아날 것이 분명하고, 정부에서 추진하고 실시하는 여러 정책들도 4월이나 5월이 되면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날 것을 보이고, 올해 초부터 눈치만 보던 주택 구매자들도 그 때쯤이면 본격적인 구매로 들어가는 고객들이 많이 늘어날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서 회의시간에도, 고객들에게도 4월이 오기만 기다리면서 차분히 준비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얼마 전, 예전 미국 이민 오기 전의 직장 동기랑 전화통화를 장시간 했다. 미국의 경제사정이 어렵다, 부동산 경기가 아직 여전한데 어떻게 지내느냐? 어렵지 않느냐 등등. 그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만약 그 때 그 시절, 내가 미국으로 이민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은 한국에서 내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 좋은 직장 사람들이, 제가 미국 간다고 했을 때 모두들 두 손 들고 말렸는데, 그 때, 그냥 그렇게 말렸을 때, 못 이기는 척하고 그냥 있었으면 지금쯤은 고위급 간부가 되어, 큰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내고 있지 않았을까? 동남아 골프여행도 한두 번 가고, 제주도며, 설악산이며, 휴양도 틈틈이 하고, 이렇게 미국에서 일년 열두달 매일 같이 부지런히 뛰어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의 여유도 있지 않았을까? 미국이민 오는 사람들은 원래 역마살이 끼어서 남이 하지 않는 고생도 돈을 줘가면서 하는 팔자라서 그런가? 하고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했다.

그 친구가 그랬다. 턱도 없단다. 물론 특별히 뛰어난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미국에 계시는 한인들보다 훨씬 더 어렵단다. 이전 인간 중심의 경영 이념이 IMF 시대를 거치면서 오직 물질 중심의 경영으로 바뀌었고, 그 이후부터 십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직원들의 복지후생과 권익보호는 아예 없어진지 오래고, 오직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가정을 아예 잊어버리고 매달린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그 스트레스로 건강까지 위험할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전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도 미국 아니냐? 애들 학원 사교육비로 봉급이 몽땅 날아가고, 직장은 실적이다 뭐다해서 스트레스 엄청나고, 그렇다고 크게 이루어둔 것도 없고, 이러다 퇴직하면 뭘 해야 하나 걱정이 되어 잠도 안 온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어렵다 어렵다 해도 미국에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단다. 어려워도 미국에서 어려웠으면 좋겠다!”

사람은 참 마음이 굳세지 못한 존재여서, 자기의 육신이 편할 때에는 아무 생각나지 않다가 조금만 어려우면,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나는 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금 어려운 기간은 잠시일 것이고, 이전에 즐거웠고 여유로웠던 미국생활을 한 번씩 되새기면서 지금의 어려운 시간을 참고 지내야 할 것이다. 친구 말처럼 축복 받은 미국 땅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부러워 할 것은 틀림없는 이야기이다.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661)373-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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