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자의 욕망 “하이힐에 올라라”

2009-02-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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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 슈즈 트렌드


이름도 과장스런‘킬 힐’부터
화려 번쩍 디자인 구두 생동감


패션은 욕망의 반영이다. 결국 우리가 샤핑하는 것은 옷과 구두가 아닌 자신의 욕망 혹은 로망일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남성 욕망의 상징이 자동차라면 여성 욕망의 반영은 구두라고 단정짓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슈홀릭’이라는 말이 탄생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올 봄 바로 그 여성 욕망의 상징은 그 어느 시즌보다 극대화돼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만큼 아찔한, 그리하여 이름도 거창한 ‘킬힐’(kill heels)에 이르렀다.

죽음을 부르는 하이힐이라는 뜻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킬힐을 기본으로 과장되고 번쩍이는 소재가 유행경향 한 가운데 놓여져 있다. 아마도 우울한 경기전망과 그에 따른 위축된 여심을 자극하려는 머리 좋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화려한 컬러와 건축학적 혹은 기하학적 디자인까지 올 봄 슈즈 트렌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만큼의 화려함과 난해함을 자랑한다. 어쩐지 불행한 과거를 가진 한 여자가 ‘난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거든요, 난 정말이지 우울하지 않다고요’라고 절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만큼 오버 그 자체다. 그리하여 올 봄 트렌디해지기 위해선 옷은 몰라도 적어도 유행 구두 한 켤레 만은 장만해야지 싶다. 그렇다고 슈홀릭이 될 필요까지는 없다. 딱 한 켤레면 족하다. 분명 올 봄 당신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엔 킬힐 외에 다른 아이템들이 등극하는 것 역시 시간문제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 더 이상의 힐은 없다, 킬힐

이미 지난 시즌 예고된 바처럼 올 봄 딱 한 켤레의 슈즈만 골라야 한다면 단연 킬힐이다. 지난해 올봄 런웨이에서 선보인 킬힐들의 높이는 자그마치 6~7인치 정도. 보통 하이힐이라 하면 3~4인치 정도인데 이는 보통 하이힐의 두 배를 넘기는 높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가을 런웨이에서는 몇 건의 킬힐과 관련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9월 프라다 런웨이에서는 6인치 굽을 신은 모델 두 명이 캣워크 중 넘어지는 헤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모델들이 신은 이 높이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현재 쇼윈도에 진열된 킬힐들의 높이는 대략 5~5.5인치 정도로 이만한 높이라 해도 사실 시즌 내내 이 높이를 신는다면 척추와 발목에 엄청난 무리가 갈 것이라고 예견되는 바, 허리가 좋지 않은 이들은 주치의와 상의 하에 샤핑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 시즌 가장 아름다운 킬힐을 선보인 디자인은 ‘크리스티앙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미우미우와 지미 추, 지방시 등도 런웨이만큼은 아니더라도 5인치 정도의 아찔한 킬힐을 선보인데 반해 루부탱은 4~4.5인치 정도의 훨씬 더 ‘신을 만한’굽을 선보여 좀 안도감이 든다. 게다가 디자인과 소재도 클래식과 트렌디함의 적절한 변주로 한눈에도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그러나 보다 확실한 킬힐을 원한다면 미우미우나 클로이, 지미 추 부틱을 둘러 보는게 빠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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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래디에이터(Gladiator)


사실 아주 젊은 연령층이 아니고는 소화도 힘들 뿐더러 한인들의 선호도 그리 높지 않은 디자인이다.

이미 몇 년 전 여름, 이 글래디에이터 스타일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지만 구두에 욕망을 담는 여성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코드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 디자인이 다시 봄 쇼윈도에 오른 것은 좀 놀라운 일이다.

더욱이 이번 시즌 글래디에이터는 성공여부가 의심스러울 만큼, 2000년 전 로마 콜러시엄에서 볼 법한 전통적인 검투사 스타일로 업데이트 됐다.

굽 없는 납작한 샌들 스타일에 종아리까지 끈을 둘둘 묶는 스타일이 눈에 띄는데 컬러 역시 가죽 본연의 내추럴한 색이 대세다. 클로이, 준야 와타나베, 커스텀 내셔널 등 트렌디하면서도 아방가르드를 지향하는 디자이너들이 이 스타일에 ‘필 꽂혀’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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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러는 화려·대범

봄이면 으레 그렇듯 올 봄 핫핑크와 레드, 네온 옐로 등 강렬한 색상의 페이턴트 혹은 새틴 소재 구두가 눈에 확 띈다.

물론 글래디에이터와 같은 스타일라기보다는 펌프스나 오픈 토 샌들과 같은 전통적인 디자인에 컬러로만 액센트를 준 디자인이 많다.

만약 너무 튀는 디자인들이 싫다면 올 봄 컬러로 승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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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는 애니멀 혹은 메탈릭

경기가 나쁠수록 이에 반발하는 패션계의 속성 때문인지 이번 시즌 구두 소재는 그 어느 시즌보다 럭서리함의 극치를 달린다. 가장 인기 소재는 ‘파이톤’(python).

언제부터인가 핸드백과 구두 패브릭으로 각광받는 조금은 섬뜩한 이 소재가 올 봄 다양한 컬러로 거리를 누빌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파이톤 소재 유명 디자이너 구두는 500달러를 넘는 건 예사다. 이외에도 전통적인 악어가죽도 인기를 얻고 있어 좀 특이사항이라고 한다면 예전엔 가죽과 털까지 그대로 결을 살린 송치 힐이 이번 시즌엔 페이턴트 소재에 그냥 프린트만 돼서 나온 디자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몇 년째 계속되는 메탈릭 소재의 인기는 이번 시즌에도 쭈~욱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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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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