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2-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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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

뉴저지로 출발하기 앞서 승욱이를 데리러 학교로 가는 길이다. 열심히 수업중인 승욱이를 보는 순간 ‘헉~왜 이리 많이 큰 거야? 정말 턱시도만 입히면 장가 보내도 될 것 같네’ 목이 쑥 늘어난 듯 키가 많이 컸다. 게다가 어찌나 의젓한지 다가가 이름을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승욱이가 꿈쩍도 하지 않고 날 의식하지도 않고 선생님의 손만 꼭 잡고 서 있다.

일단 차에 타고 “야, 이승욱, 엄마는 네가 너무 반가운데 넌 뭐야? 엄마 하나도 안 보고 있는 거야? 자꾸 이러면 엄마 진짜 섭섭하다.” 너무나 얌전히 뒷자리에 앉아 있는 승욱이에게 그 동안 한국 갔다온 이야기를 알아듣든지 못 알아듣든지 계속 떠들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아까보다는 순순히 잘 따라온다. 비행기를 탈 거고 6시간 가까이 아주 오래 비행기를 탈 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흠… 오늘 참 이상하다’ 짐을 부치고 검색대를 통과할 때 즈음 신발 벗는 것에 잠깐 버둥거린 것 말고는 내 손을 잡고 어디든 잘 따라와 준다. “승욱, 엄마가 오늘 너 때문에 만반에 준비를 하고 왔는데 왜 이리 싱겁게 구는 거야? 너무 말을 잘 들으니까 승욱이 같지가 않아. 누가 너보고 장애가 있는 아이라고 하겠냐?”이젠 수화도 제법 문장을 만들어 표현하기에 대화가 되는 수준이다. 배가 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어차피 6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먹을 것도 없으니 패스트푸드점에서 승욱이 치킨 너겟을 시켜주었다.


먹을 것 냄새가 나면 절대 기다리지 못하는 성미가 오늘은 음식을 주문해서 탁자에 오기까지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해서 입을 못 다물 정도다. 한시간을 기다려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 의자에 앉히니 오래 전 비행기 탔던 기억이 나는지 안전벨트를 앞으로 끌어와서 묶어달라고 표현을 한다. “승욱이, 벨트맬까?”

그 후로 6시간 가까이 뉴저지 공항에 내릴 때까지 그림같이 앉아서 장거리 여행을 즐기며(?) 승욱이가 앉아 있다.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누이기 위해 한번 일어난 것을 빼곤 거의 움직이지 않고 바른 자세로 6시간을 날아서 뉴저지에 도착을 했다. 낑낑 소리 한번 없이 간식으로 과자를 먹은 것 외에 내 손을 잡고 6시간을 날라온 것이다.

2년 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샌호제를 갈 때하고 비교가 된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비행기에 오른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2년이 지난 지금 승욱이가 6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뉴저지를 가다니. 한국을 다녀오니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 버렸다. 그것도 너무도 의젓하게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LA에서 먼 뉴저지까지 여행을 할 수 있는 아이가 이젠 한국도 아니 더 먼 곳도 함께 갈 수 있겠다는 소망이 생긴다.

학교에서 만나서 뉴저지에 도착할 때까지 승욱이가 나에게 보여준 모습은 한 마디로 대견함이다. 엄마한테 버릇없이 구는 것도 없고, 사람들을 의식하고, 예절을 지켜준 승욱이가 오늘 너무 고맙다… 언제나 나의 생각보다 한 뼘은 더 성장해 있는 아이가 너무 감사하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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