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어포스 원’ 타보고 ‘오벌오피스’ 들어가 보고… “대통령 된 기분이네”

2009-02-13 (금)
크게 작게
미국의 첫 번째 유색인종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부상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은 재임 당시 미국 그리고 세계 역사 중심에 항상 서있었다. 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어떤 조치를 취했으며 외교적인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역사 서적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알아볼 수 있지만 보다 좋은 방법은 바로 시미 밸리와 요바린다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과 닉슨 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이다. 특히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는 8만7,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에어포스 원 파빌리온’ 별관을 마련하고 ‘하늘 위의 백악관’으로 유명한 대통령 전용기를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16일 프레지던츠 데이를 맞아 미국의 현대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과 요바린다의 리처드 닉슨 도서관으로 주말 역사 여행을 떠나자.


프레지던트 데이 연휴
레이건·닉슨도서관 방문


레이건 도서관


격동의 미국 현대사 한눈에 보는 듯


전형적인 남가주 평온한 분지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시미밸리 언덕에 위치한 도서관은 15만4,000스퀘어피트의 총 면적 위에 약 7,000만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지난 91년 11월 개관됐다. LA 북서쪽으로 약 50마일 떨어진 이곳에는 지난 2004년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레이건 대통령의 시신이 안장된 곳이기도 하다.

레이건 도서관은 그냥 그의 업적을 담은 2~3개의 전시관을 지니고 있는 작은 박물관을 차원을 넘어서 630만페이지에 달하는 각종 서류를 보관한 리서치 룸과 ‘하늘 위의 백악관’으로 유명한 대통령 전용기를 구경할 수 있는 별관 등 수십개의 전시관과 자료 보관실로 만들어져 있다. 주요 전시관이 모여 있는 메인 빌딩은 스페인 양식으로 꾸며져 있는데 레이건 시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2만2,000스퀘어피트의 전시관을 비롯해 극장 연회장 이벤트 행사장들이 모여 있다.

또한 건물 밖 뒤뜰에는 레이건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 앞에서 행한 연설 중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이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뜻을 기리기 위해 실제로 허물어진 장벽의 일부분이 공수되어 도서관을 찾는 이들의 중요한 기념촬영소가 되고 있다.

중앙 전시관에는 백악관 전체 모형이 만들어져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백악관 내부가 완전히 공개되어 있어 워싱턴 DC의 백악관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도 이 모형을 봄으로써 백악관의 구조를 대강 알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이 실제 크기로 꾸며져 있다.

레이건이 재임 때 세계 각국에서 받은 선물들을 전시해 놓은 전시관 옆으로 낸시의 백악관 시절과 그의 업적 등을 설명해 놓은 ‘낸시실’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레이건 도서관에서는 프레지던츠 데이(16일)를 맞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각종 이벤트를 연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디스커버리 지역이 오픈한다.


이곳에서는 각종 아트 크래프츠와 페이스페인팅 등의 부스가 마련되고 보물찾기 이벤트가 진행된다. 역대 대통령 내외를 닮은 배우들이 나와 방문객들을 맞는다,

핫도그 애플파이 등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판매되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용했던 퍼디난드 마젤란 대통령 전용 기차(Ferdinand Magellan Presi-dential Train)도 전시된다.

레이건 도서관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장하며 입장료는 성인 12달러, 노인(62세 이상) 9달러, 어린이(11세 미만) 무료이다.

HSPACE=5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이 실제 크기로 꾸며져 있다.

HSPACE=5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 일부분이 공수되어 도서관을 찾는 이들의 중요한 기념촬영소가 되고 있다.

■가는 길

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 170번 프리웨이 노스, 5번 노스, 118번 웨스트로 갈아타고 노스리지를 지나서 시미밸리에 도착, 메더라 로드(Madera Rd.) 사우스에서 내려 남쪽으로 약 3마일 정도 안내판을 따라 가면 된다.

문의: (800)410-8354
reaganfoundation.org

닉슨 도서관

닉슨 생가 영욕의 정치역정 묻어나

오렌지카운티 요바린다의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 위치한 박물관은 주변의 환경에 맞게 건축양식과 정원 내부시설 등이 정교하고 섬세하게 아주 잘 설계돼 있다.

아름다운 각종 꽃들로 장식된 정원에서 풍기는 꽃향기가 그윽하고 1912년 닉슨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지냈던 생가의 목조건물이 있다.

생가에는 운동이나 음악에 소질이 있던 닉슨이 당시 사용하던 피아노와 클라리넷 등이 전시되어 있다.

생가 바로 옆에는 닉슨 대통령과 영부인 패트리셔 닉슨의 묘소가 나란히 안치돼 있으며 293석의 극장에는 시간별로 닉슨의 업적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 부통령을 거쳐 60년 선거에서 케네디에 패한 후 다시 재기, 68년 당선돼 “법과 질서”를 내걸고 국내치안 회복, 중국과의 국교 회복, 베트남 전쟁 종결 등 외교 분야에서 큰 공헌을 했으나 불행하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던 그의 정치 인생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입장료는 1인당 9.95달러.

문의: (714)993-5075
nixonlibraryfoundation.org

HSPACE=5
프레지던츠 데이를 맞아 남가주에 있는 대통령 도서관을 방문하면 미국 역사의 생생한 한 장면을 바로 관람할 수 있다. 요바린다에 있는 닉슨 대통령 도서관.


■가는 길

91번 동쪽으로 달리다 57번을 북쪽으로 갈아타고 약 10분 정도 가다 요바린다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15분쯤 가면 왼쪽에 위치해 있다.


에어포스 원 파빌리온

“29년간 역대 대통령 7명 태운 하늘의 백악관”


1972년부터 29년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태우고 세계를 누빈 ‘에어포스 원’ 보잉 707-353B기는 지난 2001년 여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퇴역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이 비행기는 미국 민주주의 정신을 영원히 싣고 다니는 것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객 50명을 싣고 최대 고도 1만2,954㎙에서 시속 869㎞로 운항할 수 있는 이 비행기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부터 퇴역될 때까지 7명의 대통령을 태우고 444차례 운항임무를 수행하면서 100만마일을 날아다녔다. 닉슨 대통령부터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대통령을 거쳐 모두 7명의 대통령을 태웠고 특히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가장 많이 활약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으로 211차례에 걸쳐 63만1,640마일의 해외 방문을 이 비행기로 다녀왔다.

기체는 대통령의 업무실 등이 있던 앞부분과 동행인과 귀빈들이 사용했던 라운지가 있던 가운데부분, 그리고 동행기자 좌석이 있는 뒷부분으로 나뉜다.

기체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매우 좁은 내부에 일단 놀라게 된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에어포스 원’에서와 같이 넓은 대통령 업무실에서 한가롭게 TV를 감상하고 따로 달린 침실이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업무실에는 작은 책상 하나가 들어가고 침대 대신 좁은 소파가 침대로 겸용된다.

앞부분에는 업무실 외에도 통신수단들이 갖춰진 통신실과 공동 화장실 그리고 50명을 서브할 수 있는 주방시설 등이 있다.

중앙부분에는 보좌관들과 공보관들의 집무시설은 물론 대통령 주치의가 이용했던 좌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풋볼’(football)이라고 불렸던 핵미사일 발사장치 가방 운반책임을 담당했던 보좌관의 마네킹이 관객을 맞고 있으며 좁은 공간에는 회의실, 보좌관 및 공보관 좌석 등이 있다.

‘에어포스 원 파빌리온’에는 대통령 전용기 외에도 레이건 대통령이 사용했던 리무진, 백악관 정원에서 이륙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자주 목격하게 되는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머린스 원’ 그리고 대통령이 이동할 때 사용됐던 모터케이드 등이 전시되고 있다.

HSPACE=5
남가주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등장한 레이건 도서관의 에어포스 원 파빌리온. 지난 2001년 여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퇴역했던 대통령 전용기가 전시되어 있다.

<백두현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