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시대엔 ‘그린’ 이다

2009-0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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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30년까지 미국 내 모든 건물을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무공해 ‘그린빌딩’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 개발 프로젝트와 친환경 건축 법규를 도입하는 지역 정부에 대해서는 연방 지원금을 제공하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또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최소 100만 채의 저소득층 주택을 친환경 주택으로 개선하고 이 과정에서 수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린’ 친환경 건축이 부동산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의 새로운 키워드로 등장한 친환경 건축 트랜드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본다.


에너지 효율 높고 탄소 내뿜지 않는 친환경 건물에 행정지원·세금 혜택
‘그린 주택’ 1백만채 건설 등 10년간 예산 1천5백억달러 투입


■‘그린’이 돈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경제 회복 계획안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주택 보수 공사(창문, 문, 지붕, 단열재, 냉난방 등)를 하는 주택 소유주에게 공사비의 30%까지 세금 환급을 해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행 연방법은 올해 안으로 주택 효율을 높이는 공사를 마친 주택 소유주에게 최고 500달러의 세금 환급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태양열 시스템 설치와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상업용 건물을 건설하는 업체나 개인에 대한 세금 혜택은 2016년까지 연장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10년 동안 1,500억달러가 친환경 부동산 개발 분야에 투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환경 건설이 부동산 투자의 ‘블루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정부가 친환경 건물에 대한 각종 행정 지원과 혜택을 약속한 만큼 친환경을 내세운 부동산 개발이 활기를 띨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그린빌딩연합 릭 페드리지 회장은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고 물이 절약되며 내부의 공기가 청결한 건물과 주택이 미국 부동산 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친환경 건축 자재를 이용한 주택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시장 흐름이 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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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이 팔린다


캘리포니아에서 친환경 주택 관련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 ‘빌드잇그린’(Build It Green)에 따르면 주택의 내·외관을 환경 친화적인 건축 자재와 장치로 교환하면 주택 유지비의 65%를 절약할 수 있다.

셀러(seller)는 주택을 매매할 때 유지비가 적게 들고 내구성이 뛰어난 친환경 자재를 내세워 주택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이용할 수 있다. 값싼 전기세와 맑은 실내 공기를 마다할 바이어(buyer)는 없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가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상품에 부여하는 ‘에너지 스타’를 받은 주택은 전국에 84만채다. 2010년까지 200만채의 에너지스타 주택이 건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보호를 강조하다보면 비싼 자재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통념은 과거의 일이다.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각종 세금 혜택과 환경 친화적인 주택의 인기 상승으로 인해 ‘그린’ 주택의 투자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맥그로우-힐 건축’의 2008년 시장조사에 따르면 70%의 주택 구입자들이 친환경 주택을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대형 건설회사 ‘터너 컨스트럭션’이 개발 회사와 투자자, 부동산 브로커, 건축가 등 부동산 관계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83%가 정부 공인 환경 친화 디자인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 Design)를 도입한 프로젝트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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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정부가 환경 친화적인 주택에 대한 전격적인 지원을 발표하며 ‘그린’이 부동산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태양열 히터, 전기료 80% 절약

미국 건물관리연합회(BOMA)와 그린빌딩연합이 합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상업용 빌딩 관리 회사의 80%가 지난해 친환경적으로 건물을 개선하는데 별도의 예산을 지출했다고 답했다.

친환경 건물과 관련된 건축·건설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너지 효율 모기지(Energy Efficient Mortgage)

에너지 효율 모기지는 그린 빌딩이나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주택에 대해 혜택을 주는 융자 프로그램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주택에 대해 모기지를 신청하면 일반 주택에 비해 더 많은 액수의 융자 받을 수 있다. 에너지 효율 자체가 담보가 되는 셈이다.

연방 주택국의 보조를 받는 에너지 효율 모기지의 경우 전체 융자액의 5%(최고 8,000달러)까지 에너지 효율 공사비로 추가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친환경 모기지에 해당하는 보수공사는 단열재, 환기 개선, 창문 교체, 고효율 물탱크, 냉·난방 시설 개선, 고효율 전기 시설 등이다.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공사를 해서 절약되는 돈을 미리 예상해 주택 모기지와 공사비에 대한 융자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주택의 뛰어난 에너지 효율로 인해 매년 절약될 것으로 예상되는 액수를 융자 신청인의 연간 수입에 더해 모기지 융자 가능 액수를 산정하기 때문에 전체 융자액이 증가하는 것이다. 매달 전기세 등 유지비가 절약되는 만큼 주택 소유주의 융자 상환 능력이 증가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 모기지를 받으려면 정부 기준의 에너지 효율 검사(Home Energy Rating System)를 받아 결과를 융자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친환경 주택 그린 시설

-태양열 히터
태양열 히터를 설치하면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태양열을 수집해 온수나 온풍을 만드는 장치를 지붕에 설치하는 방식이 가장 저렴하다. 주택의 모든 전기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태양열판은 설치비가 비싼 편이지만 30%의 연방 정부 세금 혜택 등 최고 45%까지 설치비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설치와 동시에 전기료를 8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다락방
주택으로 들어오는 열기를 반사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냉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에어컨 등 냉방장치를 다락방을 통해 설치하면 냉방장치 자체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방지해 전기세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욕실
4인 가족 기준으로 매일 5분씩 샤워하는데 사용되는 물은 일주일에 무려 700갤런에 해당한다. 700갤런은 성인 1명이 3년 동안 마시는 식수의 양이다. 수압이 강한 친환경 샤워기를 사용하면 1분에 1~1.5갤런의 물이 나오는데 일반 샤워기보다 60%의 수량을 절약할 수 있다. 친환경 샤워기는 몇 달만 사용하면 설치비를 상환할 만큼 수도료를 절약할 수 있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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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자재를 이용한 그린 주택은 장기적으로 유지비가 절약된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와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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