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1-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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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하자, 공부!

오늘은 장애학교에 부모님 간담회에 참석하는 날이다. 승욱이를 키운 이야기를 장애학교 부모님들과 함께 나누고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장애부모님들의 질문과 한국 장애아동들의 교육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멈추질 않았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난 한계에 도달했다. 미국과 한국의 교육현실에 차이가 많음을 알고 더 이상 질문에 답을 해드리면 그분들에게 혼란과 상처를 줄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4시간에 걸친 간담회를 마치게 되었다.
일주일 후면 미국으로 돌아간다. 예정된 날보다 열흘이나 한국에 더 머물다보니 친구들도 한번씩 더 볼 수 있어서 좋다. 친구들에게 미국 가기 전에 한번 더 보자는 약속을 하고 만남을 가졌다. 여러 명의 친구 중에 유독 한 친구가 나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친구들과 헤어진 후 둘만 따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민아야, 지난해에 너 생각을 많이 했어. 전화도 걸고 싶었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몰라도 너에겐 말을 해야할 것 같아” 너무 심각한 친구의 말에 난 뭔가 힘든 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난 웃으며 “친구, 뭐든 말해 보시오, 나 이제 곧 미국으로 돌아가오~” “민아야, 우리 애가 장애가 있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멈추는 듯하다. 멍한 얼굴로 “뭐? 아니지.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아니,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이야”

“왜, 왜~ 어쩌다가. 어~~친구야” 벙벙한 얼굴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힘들었지?” “응” 그냥 그렇게 굳은 자세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아이를 낳자마자 장애가 있는 것을 알고 가족들과 힘든 시간을 함께 해온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 눈물로 지새운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친구는 “아이가 자랄수록 너무 예쁜 거 있지.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어. 비장애 아이와 똑같이 키울 거야. 장애가 있다고 특별하게 키우는 것이 아니고 마땅히 가르칠 것을 가르치면서 가족 안에서 사랑으로 키울 거야.”

친구의 어깨를 그냥 말없이 두드려주었다. 아이의 교육적인 문제로 많이 고민하고 있는 친구에게 또 다시 나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열심히 잘 키우라고 말하는 내가 오늘 참 바보스럽다. 마음이 왜이리 절절히 아픈지 내 친구도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 아픈 것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음에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장애 부모들을 만나서나 장애아이를 이제 막 키우려는 친구를 보고 난 더 깊이 공부를 해야할 것에 대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열공~~ 공부하자, 공부!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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