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슬럼독 백만장자’가 휩쓸었다

2009-0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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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글로브 작품·각본·감독·음악상…

제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슬럼독 백만장자’(Slumdog Millionaire)가 작품상(드라마 부문)을 비롯해 각본·감독(대니 보일) 및 음악상을 휩쓸면서 이 영화는 오는 2월22일에 열리는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등 주요 부문에서 강력한 수상후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올해 수상작 특징은 인디 영화들의 부각
미키 로크 남우주연상 션 펜 제친것도 의외
작년 사망 히스 레저 조연상 수상에‘숙연’


폭스 서치라이트가 배급한 이 영화는 인도 뭄바이의 달동네 출신 고아소년의 파란만장한 성장기와 순애보를 다룬 옛 할리웃 스타일의 영화다. 가난과 디킨스 소설의 내용과도 같은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꿈과 생존력을 잃지 않는 소년이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백만장자가 되고 아울러 잃었던 첫 사랑도 되찾는다는 언더독의 승리담이다.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지금 흥행서도 성공하고 있는데 개봉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인디영화가 메이저인 워너의 대작 ‘벤자민 버튼의 이상한 경우’(작품·감독 등 모두 5개 부문서 수상후보에 올랐으나 전패)를 제치고 작품상을 탔다는 것은 영화 자체로서도 언더독의 승리라고 하겠다.

골든글로브를 주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는 평소 메이저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올해는 메이저들을 외면하고 인디영화나 아트하우스성 영화에 주요 상을 주었다.

드라마 부문에서 남자주연상을 받은 미키 로크의 영화 ‘레슬러’도 역시 폭스 서치라이트 작이다. 전성기가 훨씬 지난 레슬러의 마지막 링에의 도전을 그린 이 드라마의 로크가 온갖 비평가협회에 의해 최우수 남우로 뽑힌 션 펜(밀크)을 물리치고 수상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1980년대만 해도 잘 나가던 로크는 그 후 오랫동안 권투와 약물중독에 빠져 할리웃에서 완전히 쫓겨나다시피 했었다. 이번에 그의 컴백은 또 다른 언더독의 승리라고 하겠다. 그래서 그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레슬러’(The Wrestler-상영중)는 주제가 상도 받았는데 노래는 로크가 직접 브루스 스프링스틴에게 부탁해 작곡했다.

골든글로브 사상 처음으로(드라마 부문) 주·조연상을 함께 받은 케이트 윈슬렛의 주연상 작품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상영중)와 ‘책 읽어주는 사람’(The Reader-상영중)도 역시 아트하우스적 영화요 코미디/뮤지컬 부문에서 여자주연상을 탄 샐리 호킨스의 ‘해피 고- 럭키’(Happy-Go-Lucky-상영중)도 영국산 소품이다.

또 역시 코미디/뮤지컬 부문에서 남자주연상을 탄 콜린 패럴의 갱스터 영화 ‘브루지에서’(In Bruges)도 역시 인디영화다. 남녀 주·조연상을 탄 배우 중 로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비미국인이다.

윈슬렛의 조연상 수상은 수상작인 ‘책 읽어주는 사람’의 제작사인 와인스틴사의 수상 전략의 성과다. 사실 나치시대 어두운 과거를 지닌 전차 여차장과 고등학생의 러브스토리인 이 영화에서 윈슬렛은 주연이다. 그러나 그가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주연상 후보가 될 것을 감지한 와인스틴사가 상을 노리고 윈슬렛을 조연상 후보로 밀었던 것.

남자조연상은 예상대로 지난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요절한 히스 레저가 ‘암흑의 기사’(The Dark Knight-DVD)로 받았다. 기립박수 속에 영화의 감독 크리스 놀란이 대신 수상했는데 왁자지껄한 쇼로 잘 알려진 시상식장이 이 순간 숙연한 분위기에 잠겼었다. 히스의 사후 수상은 피처 휜치가 ‘네트웍’으로 남주연상을 그리고 제임스 딘이 특별 업적상을 받은 이래 골든글로브 사상 처음이다.


이번 시상식에서 말썽의 소지가 될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로크가 수상 소감에서 거침없이 상소리를 한 것. 그 외에도 ‘레슬러’의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로크가 자기를 과대 칭찬하자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고마움(?)을 표시했고 ‘슬럼독 백만장자’의 제작자인 크리스천 콜슨은 시간에 쫓겨 수상소감을 제대로 다 못 끝내게 되자 역시 상소리를 내뱉었다.

한편 코미디/뮤지컬 부문 최우수작으로는 우디 알렌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가, 만화영화 최우수작은 ‘왈-리’(DVD) 그리고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은 이스라엘의 만화 기록영화인 ‘바쉬르와 월츠를’(Waltz with Bashir-상영중)이 각기 탔다. 그리고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 상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받았다. 스필버그는 원래 이 상을 지난해에 받아야했으나 작가노조의 파업으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치르지 못해 올해 받은 것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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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백만장자’의 두 젊은 연인은 최후의 순간에 기차역에서 재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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