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쾌한 패션 반란

2009-01-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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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을 위한 새해 도전 아이템

좀 심하게 비약하자면 패션이란 자기연민에 대한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나이 서른 지나, 마흔 넘어서면서부터는 마음 허전함과 울적함을 달래는데 패션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도 간혹 ‘주책이다’ 싶을 만큼 20대 혹은 틴에이저를 흉내내는 ‘아줌마’들을 볼 수 있다. 아마도 그들의 ‘주책’은 감히 마음을 쫓아가지 못하는 몸의 반란이지 싶다. 측은지심. 그래서 그들을 보면 애처롭기도 하지만 때론 그 유쾌한 반란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을 때도 있다. 누군가의 패션이 심각하게 때와 장소, 시간(TPO)을 무시한다면 꼴사납긴 하지만 그 아슬아슬한 적정선만을 잘 지켜내기만 한다면 올 한해 패션에 있어 좀 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우울한 경제 수치들만 쏟아져 나오는 새해, 재밌고 유쾌한 패션에 대한 도전을 한번쯤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패션에 유쾌한 반란을 가져다 줄 신선하고 톡톡 튀는 아이템들을 소개한다. 이중 눈 딱 감고 한 개 정도만 장만해 기분 우울한 날, 청량제 삼아 몸에 둘러보길. 당신의 비타민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캐릭터 티셔츠로 패션의 ‘위트’ 가미
고급스런 오버사이즈 액세서리 갖추고
클러치로 표정 살린 후 mp3 “Cool!”


■캐릭터 티셔츠


위험한 아이템, 맞다. 10대나 20대가 입으면 무난하다 못해 ‘식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아이템은 30대 중반만 돼도 걸치고, 들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아이템으로 전락해 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런데 이를 다시 뒤집어 말하면 중년의 여인이 이를 잘만 소화하면 확실하게 유닉한 패션이 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단 여기서 그 캐릭터가 너무 조잡하거나 조약하지 않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가 수 년째 히트 행진을 하고 있는 ‘미스 마크’(miss marc) 캐릭터가 그 대표주자. 그렇다고 티셔츠에 핸드백까지 온통 캐릭터로 범벅된 패션은 아무리 거금을 들였다고 해도 ‘아니올시다’다. 한 가지 정도로만 포인트를 주는 것이 ‘위트 패션’의 정석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오버사이즈 액세서리

새로울 것 없는 아이템이다. 수 년 전부터 오버사이즈 링을 필두로 샹들리에 귀고리, 오버사이즈 뱅글에 이르기까지 액세서리에 불어닥친 ‘대형화’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급기야 올 들어 유명 디자이너들이 앞다퉈 오버사이즈 목걸이까지 내놨다. 이를 중년이 시크하게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너무 ‘싸구려’는 구입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하나를 사더라도 고급스러운 것을 사서 화룡점정으로 매치하길. 물론 오버사이즈 액세서리는 몸에 한 개 이상 걸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도 잊지 말자.


■클러치

수트를 입었든 캐주얼을 입었든 그날 패션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핸드백이 클러치라면 그 클러치의 사이즈와 상관없이 그날 패션의 테마는 단박에 ‘시크함’이다. 그만큼 클러치는 패션의 표정을 확실하게 바꿔놓는 아이템이다. 아무렇게나 입은 듯한 빈티지 캐주얼에 오버사이즈 클러치는 럭서리 캐주얼 룩으로 표정을 바꿔놓고 수트에 심플한 클러치는 당신이 수트의 색깔만큼 우중충한 패션 감각을 가진 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니까 말이다.


■mp3 플레이어

‘뜬금없이 패션얘기 하다 말고 웬 mp3 플레이어?’라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잘 정비된 혹은 잘 조합된 패션의 차이가 디테일의 ‘한 끝’차이에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라면 금세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요즘 길에서 보면 적잖은 중년 여성들도 아이폰을 들고 활보할 만큼 트렌디한 기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 mp3의 대표주자인 아이파드는 더 이상 mp3가 아니고 패션이다.

산뜻한 디자인하며 엄청난 뮤직 매니아가 아닌 이상에는 용량이 큰 것도 필요 없다. 최소 용량이 4기가바이트 정도면 무난하므로 좋아하는 음악을 저장해 조깅할 때, 혹은 책 읽을 때 들으면 아름다운 드레스를 한 벌 산만큼의 기분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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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패션의 컨셉은 ‘의외성’에 있다. 코리언 특급 모델 혜박이 크리스 벤츠의 2009년 봄, 여름 컬렉션에서 결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탱크 탑에 드레시한 롱스커트를 매치해 캣워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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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 위쪽부터 ‘미스 마크’ 캐릭터 티셔츠, 데이비드 율먼의 오버사이즈 링, 펜디 바게트 오버사이즈 클러치, 아이파드 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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