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값 너무 떨어진 것 아냐?

2008-1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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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 계속된 하락으로
전국 주택 가격 적정가 보다 낮다 주장
거품지역은 재고 소진 전까지는 ‘아직’


집값이 계속 끝 모르고 추락하자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지나치게 싸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일반의 감과 괘를 같이하는 전문 기관의 분석이 슬슬 나오고 있다.

미 전국 주택 가격은 그동안 계속된 급락으로 인해 적정가보다 현재 약간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전국의 도시 지역의 주택 가격 변화를 분석해온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3분기 중 전국 주택 가격은 전국 330개 메트로 지역 중 241개 지역이 추가로 하락, 연율 6.9%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히고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미국의 주택 가격은 장기적인 기본적 가치에 비해 현재 3.8%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주택 가격 하락에 끝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택 가격 조정이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제 여건이 취약하고 소비자 우려가 높아가고 있어 주택 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현 상황을 풀이했다.

최근 다수 지역에서 주택 판매가 증가하고 있지만 주로 차압 주택 헐값 매매로 인한 것이어서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으며 주택 시장에서 재고가 소진된 이후에야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이 보고서는 내다봤다.

그러나 집값이 아직 충분히 싸지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특히 많은 거품 지역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

경제 정책 리서치 센터의 딘 베이커 공동 디렉터는 렌트 대비 가격 비율에 비춰볼 때 아직도 많은 지역의 주택 가격은 매우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 가격에 거품이 들어있는 한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지 않는다. 공급 과다로 가격 하락 압력이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주택 시장의 조기 반등을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베이커는 이어 “정부가 주택 가격에 여전히 거품이 들어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으로 하여금 모기지 매입을 하지 말도록 명령함으로써 주택 가격 조정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책 제안도 했다. 자본이 주택 가격이 적정한 지역으로 우선적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보고서는 인구밀도, 상대 소득 수준, 이자율, 과거 주택 시장 프리미엄 또는 할인 등을 감안하여 적정가치를 산출한 후 현재 주택 가격과 비교 분석했다.

한편 이 보고서에 따르면 극도로 과평가된 메트로 지역은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와 오리건주 벤드, 유타주 세인트 조지 등 3곳에 불과해 주택 시장이 안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2005년의 경우 거품지역은 52개 메트로 지역이나 됐다.


3분기 중에도 일부 지역의 주택 가치 하락은 계속됐다. 중가주의 9개 메트로 지역은 10% 이상 급락했다. 머시드와 스탁턴, 모데스토는 최고가에 비해 5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또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플로리다의 다른 26개 도시도 최고가에 비해 3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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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함으로써 이젠 적정가 이하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거품지역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케빈 손 객원기자>


‘당장 매입’은 신중을

현금 넉넉하고 소득 안정적이고
2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면 OK

그렇다면 지금 집을 사야 할까, 아니면 말아야 할까.

집값이 적정 수준 아래로 떨어졌으니 매입의 적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집을 사려면 몇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모기지 융자를 받을 수 있고 다운할 현금이 넉넉히 있고 부동산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고 탄탄한 직장이 있고 최소한 2년 이상 집을 보유할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런 전제 조건이 충족된다면 지금 집에 투자한다면 재산을 불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나 아무리 집이 현재 싸다고 해도 누구나 집을 사서 좋은 것은 아니다. 내 형편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섣불리 욕심내서 달려들었다간 낭패를 자초할 수 있다. 경제 사정이 아주 좋지않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금이 넉넉한 부자가 아닌 일반인인 경우라면 주택시장에 대해 위험한 베팅은 자제하는 편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용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도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게 하는 요소. 투자자 개인의 고용도 완전 보장할 수 없는 시절인데다 고용 성장 없이는 주택 시장 반등도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 시장이 언제까지나 곤두박질 칠 수는 없는 법. 결국에는 좋아질 것이다. 실제로 반등을 위한 기반은 서서히 마련되고 있다. 우선 주택 가격이 많이 떨어짐으로써 주택 매입 능력이 한층 개선됐다. 크레딧 스위스에 따르면 가구 소득 대비 주택 중간 평균 가격이 앞으로 18개월 내에 역사적 평균수준인 2.86으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당분간 직업이 불안하고 현금이 넉넉하지 않다면 위기 상황에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삐를 잡고 버티면서 저축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만약 이사를 가야 한다면 주택 매입보다 렌트가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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