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평한 감사

2008-11-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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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감사절이 지나면 왠지 한 해가 다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올해는 어느 해 보다 경제적으로 기복이 심해 더 열심히, 알뜰하게 살았던 해로 기억된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감사의 선물을 전하고픈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선물 목록이 꽤나 짧아짐에 마음은 가볍지 못하다.


주일 예배마다 되새겨지는 감사라는 말이 때론 무감각하게 스치기도 한다. 작은 일에 감사해야 할 줄 알면서도 늘 편하게 주어진 일상의 행복을 때론 깊이 깨닫지 못한다.

사랑하는 고국을 떠나 미국에 둥지를 틀면서 겉치레보다는 실용주의의 소박한 생활로 바뀌어 지는 모습에 익숙해지면서 또 다른 성실을 배운다.

또한 일과 후에도 늘 접대문화에 분주해 확고한 아버지상이 상실됐던 많은 가정이 이민 와서 좌절을이겨 내고 가족이 화합하면서 아름다운 가정으로 새롭게 회복된 것은 분명 다행한 일이다.

내 나라에 살면서 주변 눈치 보느라 어떤 일이든 덥석 하지 못했던 구속에서 벗어나 나이에 상관없이 성실하게 살면 어떤 모습으로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덤으로 얻는다.

열심히 살면서 살뜰하게 저축해 어렵게 검토한 후 사 놓은 부동산이 몇 년 동안 호황을 입어 투자한 곳마다 이익을 내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면 뒤늦게 투자 대열에 껴 그간 힘겹게 모아 놓은 알토란 재산을 고스란히 날린 교민들도 적지 않다. 대형 은행들이 두 손 들고 합병되는 판에 개미 투자자들의 손해는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

단순한 운으로 돌리기엔 그 피해가 적지 않다.


주머니 속에, 통장 속에 한 번 가져봤기에 그 상실감은 상대적으로 크기만 하다.

그러나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모게지를 내든 렌트를 내든 집에 대한 융자가 남아있는 한 페이먼트 부담은 똑같고 거기에 지금 같은 부동산 하락은 심적인 부담만 가증된다.

있어도 없어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디플레이션이 생소하기에 그 상황에 적응하려 모든 소비문화가 경직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간 풍족했던 몇 년 동안의 여유가 마음까지 풍요롭게 해 주지는 못했다고 여기는 건 물질적인 결핍이 당장 불편해 힘겹지만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차분하게 돌아가는 이웃들이 더 많은 까닭이리라.

그런 반면 경제적인 파산으로 가정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잘 살아보려 나름 열심히 살았던 가장이 실의에 빠지고 경제 파산으로 가정이 동강나는 일이 늘어난다는 보고가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

이럴 때 따스하게 내밀 수 있는 손, 위로의 한마디가 고갈진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큰 용기가 되어 준다.

힘든 이웃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일상의 감사를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Thanksgiving Day가 됐으면 한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과 주변을 격려하며 오늘도 건강한 하루를 살 수 있다는 가장 원초적인 일상에 감사를 느껴 본다.
삶은 끝없는 도전이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 실패를 겪지 않은 이들이 없는 건 누구도 내일을 알 수 없지만 꾸준히 성공할 때 까지 도전했기 때문이다.

오르막을 단숨에 올랐기에 내리막 길이 더 어려울 수 있다.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 힘겹다.

운 좋은 성공이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는 삶에 미리 낙심해 도전할 기회조차 스스로 접는다면 그건 더 억울하지 않을까?

힘들 때 내 주변에 머무는 사랑에 더 깊은 감사가 느껴지는 건 단지 세월 따라 굵어진 인생의 나이테 탓만은 아니리라.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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