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정직이 경쟁력이다(2)

2008-11-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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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이야기이다. 평소 안면이 있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사장님이 나에게 동업을 제의해 왔다. 남들이 포기한 식당을 싸게 인수한 후 내가 운영하는 식당의 분점을 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러 개의 가게를 열어서 얼마 후 큰 이익을 내고 팔면 짧은 시간 내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그 사장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단 가게를 양도한 후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그분의 생각은 정직한 거래가 아니었다. 나는 누구에게 가게를 차려줄 만큼 준비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그 제의를 거절했다. 물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이 끝까지 나를 흔들었지만 정직하지 못한 거래는 오래가지 못하고 망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나를 멈추게 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내가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과정의 중요성은 생략하고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뜻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순간순간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정직하지 못한 방법을 쓸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하는 관행이라고 여기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지난주 칼럼에 언급했듯이 부풀려진 매상으로 거래하는 것, 현금매상을 선호하고 세금은 최소한만 보고하는 것, 또한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고 종업원을 착취하는 것, 등등 이런 것들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별 생각 없이 하고 있는 일들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업을 처음 시작하고 어려울 때는 정당한 세금보고를 하지 않았다. 가게에서 얻어지는 수익으로 생활을 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세금을 제대로 낸다는 것은 내게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게가 발전해 가면서 내 능력이 되는 대로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있다. 물론 무거운 세금을 낼 때면 나도 부담이 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것이 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업 확장을 위해서 은행에서 융자를 받았다. 여러 가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융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지만 꾸준히 낸 세금이 융자 승인에 큰 요소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이 일을 통해서 정직이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정직하게 사업을 하는 것을 도덕적인 관점에서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정직한 경영은 단지 도덕적인 이유가 아니라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경쟁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가게보다 더 많은 손님이 오고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정직한 경영에서 나온다. 물론 정직하게 경영을 하다 보면 많은 경우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앞에서 내 경우와 같이 결정적인 경우에는 정직이 나를 살리고 사업을 확장시키는 발판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착한 사람이 되려고 정직하라는 것이 아니라 식당사업을 제대로 그리고 아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정직한 경영이 기본이다. 식당을 경영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기 상황에 맞게 최대한 정직한 경영을 할 때 언젠가는 더 큰 성공이 찾아올 것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경쟁력은 정직한 경영에서 나온다.
2. 정직하면 손해를 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정직이 나를 살린다.
3. 가장 기본적인 정직한 경영은 제대로 지불하는 임금, 적정한 세금보고, 그리고 투명한 사업체 거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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