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쿨’(Cool) 분노 조절법

2008-11-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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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경제적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요즘이다. 걱정과 긴장감이 고조되면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화를 쉽게 내게 된다.

일단 화를 내면 신경은 더 자극되고 예민해져서, 머리에 뿔난 것 같이 스트레스의 악순환을 돌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화는 애초부터 안 내는 것이 좋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화를 안 낼 수 있나? 말이라고 쉽게 하는군”하며 또 화가 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어떤 상황이 자신을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다 화를 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안에 있던 분노의 총알이 상황이라는 방아쇠가 당겨지면서 튀어나오는 것으로, 분노는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있다는 말이다.


기질적으로 다혈질인 한국인들에게 분노 다스리기는 정말 어려운 자기 발전에의 도전이다.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건강만 다치게 하는 화를 다스리는 것은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이다.

어떻게 하면 화를 잘 내지 않고 ‘쿨’할 수 있을까?

분노할 상황에 맞닥뜨리면 가장 먼저 이러한 질문을 해보라. 이 상황이 내 건강(목숨)과 바꿀 만큼 중요한가? 이 분노가 정당한가? 또 분노하는 것이 이 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법인가?

대답은 ‘아니다’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화나는 상황에서 이 질문들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 때문에 카드에 질문을 써가지고 다니며 되뇌어서 화가 나려는 순간 이 질문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올 정도가 되도록 연습해야 한다.

분노조절을 위한 몇 가지 팁이 또 있다.

화가 날 때 이런 질문을 해보라. 이 분노의 대상이나 이유가 몇 년 후에도 중요할 것인가? 분노를 일으키는 이 상황이 주는 최악의 결과는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새치기를 해서 화난다면 5~6분 후엔 그 일조차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화나게 하는 그 행동을 자기 자신도 똑같이 한다는 상상을 해보라. 우리 자신도 남을 화나게 하는 행동을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린 자기 자신에겐 너그럽기 때문에 똑같은 행동을 하는 나를 상상하면 상대방에게 화가 덜 날 것이다. 또 저 사람이 저 행동을 계획적으로 해서 나를 화나게 했나? 묻는다면 고의적으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우린 조금 더 관용적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것은 세 살짜리 아이가 떼쓰며 바닥에 뒹구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살이에 대한 성숙한 이해와 겸허한 관조적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화가 나면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자기 대화(self-talk)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이 일이 안 되면 난 죽었다, 날 정말 우습게 아는군, 미치겠다” 등의 머릿속에서 하는 반복적 말들은 자기최면 효과가 있어 실제 상황보다 더 나쁘게 반응하게 하며 화를 돋운다. 그러므로 화가 나면서 머릿속으로 하는 부정적인 셀프 톡(self-talk)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도록 해야 한다.

화를 품고 분노로 살면 에너지가 많이 낭비된다. 분개하며 원한을 품고 있기보다는 그냥 렛 잇 고(Let it go)하거나, 받아들이거나, 용서하며, ‘쿨(cool)하게 살자.’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213)500-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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