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날이 선 재단 감상 하실래요?

2008-11-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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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선 재단 감상 하실래요?

스키니 진에 걸치면 캐주얼한 분위기가 미니 드레스에 걸치면 드레시한 분위기가 나는 코트. elainekim collection.

날이 선 재단 감상 하실래요?

예술 작품과 건축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받는다는 패션 디자이너 일레인 김. <글·사진 하은선 기자>

패션 디자이너 일레인 김


그녀가 돌아왔다.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딴 하이엔드 라인 ‘일레인 김’(Elaine Kim)으로 우아하게 컴백했다. 1986년 존 갈리아노, 커스튬 내셔널, 앤 드뮐미스터를 소개했던 멜로즈의 하이패션 부틱 ‘이크루’(Ecru)의 주인, 1992년 패션 아이콘 마돈나와 케이트 모스의 샤핑 목록에 들어있던 컨템포러리 라인 ‘프로덕트’(Product)를 런칭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던 그녀다.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면서 8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2008년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다시 찾아온 그녀는 디자인에도 소재에도 ‘현대적인 것’(modernity)이 넘쳐난다. 패션계에서 말하는 ‘에지’(cutting edge·재단에 날이 서있다) 그 자체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 안에서 기발한 멋스러움을 표현하는 패션 디자이너 일레인 김을 소개한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건축물의 예술성 패션과 접목
1년에 2차례 파리 살롱 쇼 통해 컬렉션 발표 큰 호응



자녀양육을 위해 선택한 8년이란 공백은 그녀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패션 디자인에 대한 욕망이 끊임없이 솟구쳤다. 늘 새로움이 넘쳐나던 패션업계를 관조한 채 자녀양육에 전념하며 습득한 행복한 자기 변화라고나 할까.

디자이너 레이블 ‘일레인 김’(Elaine Kim)의 데뷔 컬렉션은 에지에 모더니티가 더해지면서 표현방식이 더욱 대담해졌다. 그녀가 컬렉션 제목으로 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 ‘기다림’(Expectation)처럼 독자적인 장식 패턴이 있고, 모호이-너지의 사진학적 시각이 반영돼 있다.

무엇보다도 일레인 김 컬렉션은 루비(RUBY)족을 타겟으로 정한 듯 지적인 아름다움이 전체적인 실루엣을 지배한다. Refresh, Uncommon, Beautiful, Young의 이니셜을 조합한 루비족은 무조건 유행을 따르던 어린(?)시절과 달리 자신만의 스타일 코드를 갖고 클래식 아이템과 모던 아이템을 동시에 멋스럽게 소화하는 심미안을 갖춘 이들을 지칭하는 말.

“나이가 들어가면 럭서리를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럭서리가 곧 하이패션(haute couture)으로 이어지던 시대는 지나버렸죠. 지금은 하이패션도 소모품에 불과해요. 패션의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 앞으로 패션을 지배하는 뉴 럭서리는 혼자만의 스타일(exclusive)이 될 것입니다”

UC버클리 비교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느에서 영화 이론을 공부한 그녀에게 패션은 하나의 예술양식이다.


코트 한 벌이면 만사 OK


‘프로덕트’ 디자이너 시절부터 그녀는 아트와 건축에서 패션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 그래선지 그녀의 디자인은 언제나 이해하기 조금 힘든 철학적인 스타일에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ester)를 닮았다. 라이크라를 혼합한 실크 시폰과 가죽처럼 잘 사용하지 않는 소재를 이질적인 감성으로 조화시켰고, 차분한 듯 풍성한 드레이프가 조각 같은 형태와 컷을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


그녀의 디자인은 2009년 봄 컬렉션으로 가면서 작은 건축물 형태를 띠고 있다. 현대 건축과 조각에서 볼 수 있는 교차선과 비대칭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과 건축의 접목을 시도한 것이다. 작품 해석이 어려울 뿐 그녀의 컬렉션은 루비족이라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다. 물론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20·30대 여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일레인 김 컬렉션의 특징은 드레스나 코트 한 벌로 여러 가지 스타일을 낼 수 있다는 것. 모임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재킷과 스키니 팬츠 등으로 자유롭게 스타일링하기도 쉽다. 이를테면, 오버사이즈 실크 시폰 티셔츠는 그 자체로 깜찍한 원피스의 느낌이 나지만 스키니 진에 샌들을 신으면 캐주얼하면서 세련된 스타일이 연출된다.

“지적인 매력을 추구하는 자신감 있는 여성을 위한 라인입니다. 심플한 스타일이지만 포인트를 주는 대담함이 있죠.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테크니컬 패브릭이나 컷 같은 아주 작은 아이디어로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을 내는 겁니다”

1년에 두 차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살롱 쇼를 통해 컬렉션 발표를 한다. 런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파리 패션쇼의 반응이 뜨거워 뉴욕과 유럽 곳곳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패션잡지 ‘인스타일’ ‘우먼스 웨어 데일리’ ‘로스앤젤레스’ 등이 그녀의 컬렉션을 주목하고 있다.

그녀의 컬렉션만큼이나 프라이빗한 공간, 파리의 아뜰리에를 연상시키는 스튜디오를 방문하면 그녀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옷차림을 통해 자신 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싶은 루비족은 언제나 환영이다. 물론 예약 고객에 한해서다.‘마이 스타일’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진 그녀에게 그 어떤 세대보다 더욱 멋지게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워보자.

11월 21일(금) 일레인 김 컬렉션의 샘플 세일이 열린다. 전화 예약 필수.
주소 5971 West Third St. LA, CA 90036, 문의 (323)937-0355, 웹사이트 www.elainekim.com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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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인 김의 2009년 봄 컬렉션. 심플한 디자인에 대담한 컬러가 페미닌하면서 유니크한 멋을 내는 미니 드레스. 반투명 느낌의 실크 레깅스를 신어도 좋을 듯하다. elainekim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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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핑이 돋보이는 미니 드레스와 올록볼록하면서 거친 질감의 재킷. elainekim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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