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 천화주

2008-11-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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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했는데 사는 모습이 지난해에 비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어려운 건 여전합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북한 농업 살리기를 잘 하기로 협의를 했습니다. 현재 농업연구소 만드는 일을 진행 중에 있는데 농업연구소를 중심으로 종자 지원과 쌀 생산을 위해 논 개간사업 등을 도와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길을 가다가 이런 구호를 보았습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웃으며 가자!” 형제도 서로 어려울 때 돕지 않으면 남이 되는 것 같이,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동포가 어려울 때 같은 동포가 도와야 할 것입니다.

가는 곳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미 어려운 경제사정은 국경을 넘어 세계화가 돼 버렸습니다. 직장마다 감원바람이 불고 작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문을 닫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제사정이 어려우니 사람 관계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 그 어렵고 힘든 상황만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이 점점 어려워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어둠을 바라보지 말고 빛을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지리산 자락에 천 가지 꽃으로 술을 담은 한 여인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화천의 시골집에서 만난 조화순 목사로부터입니다.

가정살림이 너무나 어려워서 남편은 집을 떠나 돈 벌러 나가게 되었답니다. 그간 이 여인의 고생은 말이 아니었답니다.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서 그리움이 미움으로 변했고, 얼마나 지난 후 남편은 돈을 벌어 돌아와 아내를 찾아오니 아내의 마음은 이미 그를 떠나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그 근처에 집을 짓고 아내에게 정성을 다해 거듭 합치기를 원했고, 결국 아내가 다시 받아들여주자 그들은 함께 행복한 나날을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편은 얼마 살지를 못하고 병이 들어 죽어버렸고, 두 번이나 사랑하는 남편을 잃어버린 아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이리저리 헤매며 살던 중 지리산 자락에 살던 어느 스님을 만나 사연을 말하게 되고, 그 스님은 그 슬픔을 이기려면 천 가지 꽃으로 술을 담아 마셔야 한다고 하자 그 날로 이 여인은 꽃을 따러 산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꽃을 뜯다가 어느 날 신기하게도 자기도 모르게 꽃만 보면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인데 그 마지막 술잔을 조화순 목사가 얻어 마시며 그 술에 대한 사연을 들었다고 합니다.

어렵고 힘든 때를 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슬픈 소식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옵니다. 이때 나름대로 천화를 뜯어 천화주를 만들어야 합니다. 슬픔에 잠긴 여인이 슬픔을 극복한 것은 아름다운 꽃을 뜯는 정성스런 과정이 슬픔을 극복하게 만든 것입니다. (661)319-3370,

gyubaik@hanmail.net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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