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악의 감촉’

2008-10-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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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손 웰즈 감독-각색-출연
부패와 타락을 파헤친 명작

촬영과 편집과 음향 및 스타일이 괴이할 정도로 혁신적인 어둡고 뒤틀린 시적 필름 느와르. 할리웃의 기인 오손 웰즈가 감독하고 각색하고 또 출연도 한 명작이다.

영화는 할리웃 사상 최고의 오프닝 신으로 칭찬받고 있는 3분20초 동안 한 번의 컷도 없이 계속되는 크레인 샷으로 시작된다.


미 멕시코 접경지대의 유령마을 같은 로스 로블레스. 마을 실력자의 차에 장치된 폭탄이 터지면서 미국인 형사반장 행크(웰즈)와 멕시칸 형사 마이크 바가스(찰턴 헤스턴)가 합동으로 사건을 수사한다. 그런데 마이크는 미국인 아내 수전(재넷 리)과 막 결혼한 사이.

볼만한 것은 행크의 모습. 너저분한 수염에 두 턱이 늘어진 얼굴과 입술 한 가운데 문 시가 그리고 중절모와 외투를 걸친 엄청나게 비만한 몸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 마치 거대하고 추한 두꺼비를 닮았다.

행크는 나이 먹고 카리스마가 있는 형사인데 젊고 이상적인 마이크가 그를 도와 사건을 풀어 나가면서 두 형사간 의지의 대결이 발생한다. 한편 수전은 마이크에게 한을 품은 동네 마약 밀매단 두목 그랜디(아킴 타미로프)의 부하들에 의해 납치된다. 그리고 마이크는 행크가 사건 해결을 위해선 증거까지 조작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행크의 오랜 단짝 형사 피트의 양심에 호소 행크의 비리를 폭로할 계획을 짠다.

부패와 인간의 타락을 괴상망측하게 파헤친 심리범죄 영화다. 특히 카메라 각도와 그림자와 클로즈업 그리고 흑백명암 등을 예술적 영감을 동원해 사용한 표현주의적 촬영이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검은 영상시’라 불리는 작품으로 싸구려 색주가의 마담인 마를렌 디트릭을 비롯해 자자 가보 등 유명 배우들이 캐미오로 출연한다. 웰스를 비롯한 인물들의 역이 전부 개성 있고 독특하다.

영화는 1958년 개봉 당시 제작사인 유니버설(Universal)에 의해 난도질을 당해 웰스의 큰 반발을 샀었다. 이 판과 함께 1998년 웰스의 의도대로 재편집된 재생판들을 3장의 디스크로 묶은 DVD가 나왔다. 27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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