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타 인터뷰- ‘바뀐 아이’ 주연 앤젤리나 졸리

2008-10-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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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개봉된 ‘바뀐 아이’(The Changeling)에서 실종된 어린 아들을 찾기 위해 부패한 LA 경찰국(LAPD)과 맞서는 어머니로 나온 앤젤리나 졸리(33)와의 인터뷰가 지난 3일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서 있었다. 쌍둥이를 출산한지 3개월이 되는 졸리는 영화 속 어머니와 달리 강렬하게 아름다웠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그녀는 V자형 베이지색 실크스웨터와 역시 베이지색 모직팬츠를 입고 인터뷰장에 나왔는데 시종일관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정말 힘들었던 배역… 엄마 생각하며 찍었죠”


촬영 끝나 집에 오면 아이들 안고 수없이 눈물


우리집은 난장판이지만 아름다운 우정으로 맺어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일한 경험은.

▲그는 최고다. 그는 확신감에 찬 사람이다. 그는 모두에게 친절했고 또 모두에게 자기 시간을 공히 배분했다. 그는 명백하고 결단력 있고 정중한 사람이었는데 난 매우 긴장했었다.

-당신은 영화에서 부패한 LAPD에 대항하는데 당신 아이들에게 권력기관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는가.

▲나는 아이들에게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도록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정부 등 당국에 대해 질문한다는 것은 진짜 중요한 일이다. 누군가 경찰 등 공직에 있거나 당신보다 윗자리에 있다고 해서 그가 당신을 지배할 권리는 없다. 그들이 뭔가 그른 일을 했다는 것을 알 경우 시민 개인으로서 일어서서 그것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의 아름다운 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감정적으로 몹시 힘든 역인데 매일의 촬영이 끝나고 역에서 자신을 어떻게 분리시킬 수 있었는가.

▲이 역은 정말 힘들었다. 처음에 각본을 읽었을 때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아동 유괴사건에 관한 영화여서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나의 가장 큰 공포는 내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얘기를 마음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촬영기간 내내 아이들 모두와 함께 잤다. 맡은 역을 내게서 떨쳐버리지 않고 난 집에 돌아오면 많이 울었고 또 아이들을 수없이 포옹했다. 나는 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역을 했다. 어머니는 매우 상냥한 사람이었다. 나는 촬영 중 내 주머니에 어머니의 사진을 넣고 다녔다.


- 신의 명성이 배우로서의 당신의 능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확실한 것은 난 이 역을 맡기 위해 애썼고 영화에 관계된 사람들에게 내가 프로이며 유명 인사가 아닌 배우로서 진짜로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확신감을 갖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미국에서 우상이 되다시피 했는데도 아이들 양육면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은데.

▲아니다. 나는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 내 아이들 모두 미국 여권 소지자들이다. 미국의 가장 좋은 점은 우리는 여러 인종과 국적을 지닌 사람들로 혼합된 멜팅팟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아시안과 아프리카들인 내 아이들이 서로를 그리고 세상의 다른 부분을 존경하기를 기대한다. 자기와 다른 것에 대해 공부하고 그것과 함께 공존하는 것을 배우기를 기대한다. 내 아이들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유명 인사가 된 뒤 세상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됐는데 그렇지 않던 옛날이 그리운가.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보다 많은 자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대가족을 지닌 복 받은 사람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줄어들 것이다. 사실 나보다 브래드(핏)가 더 혹독한 경험을 했다. 그와 나는 모두 유명세 덕분에 고립을 다룰 줄 아는 방법을 알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맨해턴 거리에 나가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쌍둥이 기르는 경험은 어떤가.

▲두 배로 힘들지만 두 배로 즐겁다. 아이들이 새벽에 깨어 울면 내가 일할 경우 브래드가 일어나 그들을 돌본다. 그는 훌륭한 아버지로 우리 집은 난장판이지만 아름다운 우정으로 맺어졌다. 쌍둥이 중 사내인 낙스는 음악을 좋아하고 침착한 편인 반면 딸아이 비브는 요란하고 공격적인 편이다.

-당신은 젊었을 때 오스카상을 받았는데 그 뒤로 그 것이 단순한 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가.

▲다시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결코 없다. 배우 생애 초기에 그 상을 받은 것이 내 경력에 큰 도움은 됐지만 압력은 느끼지 못했다.


내 아이들 좋아하는 만화영화 가능한 한 많이 출연할 것

6명 키우기 힘들지만 아이는 더 가질 작정이에요


-당신은 만화·액션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나오는데.

▲만화영화는 내 아이들이 좋아해 가능한 한 많이 나올 것이다. 액션영화와 감정적인 영화 그리고 지적인 영화를 왕래하는 것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아이 6명을 키우느라 브래드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둘이 함께 혼자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다. 방문을 잠가도 아이들이 노크를 하고 밤늦게 욕실에서 둘이 앉아 얘기를 하려 해도 아이들이 물소리를 듣고 달려온다. 그러나 즐겁고 사랑스럽다. 녹스는 브래드를 그리고 비브는 날 닮았다. 일단 아이를 3~4명 이상 갖다보면 6명은 조금 더 큰 혼란일 뿐이다. 아이를 더 가질 작정이다.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는가.

▲일방적으로 한 쪽 편을 드는 것보다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원이다.

-태블로이드의 당신에 관한 허위날조 기사에 대해 어떻게 조치하는가.

▲그것들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거나 넌센스여서 난 무시해 버린다. 우리는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그런 것을 볼까봐 걱정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설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는가.

▲작년에 어머니를 잃었다.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 부자연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 아이를 잃을 경우 그것에서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난 모르겠다.

-영화에서 당신 아들을 납치한 범인이 교수되는데 당신은 사형제도를 찬성하는가.

▲답하기 힘든 물음이다. 그러나 내 아이를 누군가 겁탈하고 죽였다면 난 그가 죽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를 남에게 적용하지는 않겠다.

-일부 잡지들은 스타들에 관한 허위기사를 써 판매부수를 올리려고 하는데 그런 것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난 그런 것들을 안 읽는다. 내 주위의 사람들도 그런 것에 대해 내게 말하지 않는다. 나에 관한 가십거리를 쓰지 않는 뉴욕타임스나 헤럴드 트리뷴이나 이코노미스트를 읽는다.

-당신 주위를 늘 맴도는 파파라치에 대해 당신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은 그런 것이 정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보통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가 영화배우여서 사람들이 우리 사진을 찍는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어서 아이들에게 이해가 가도록 설명해 줄 수가 없다. 자하라(3)는 사진사들을 미워한다. 그 아이는 카메라가 가까이 있으면 실제로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 샤일로(2)는 사진사들에 손을 흔들지만 카메라는 때로 아이들을 무섭게 만든다. 우린 그저 가능한 한 아이들을 그런 경우에 처하지 않게 하려고 애쓴다. 아이들 주위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지 않도록 우리는 무척 조심한다. 사진사가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리를 제한하는 법이 있으면 좋겠다. 도대체 유모차에 탄 아이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까닭을 모르겠다. 이는 심리적으로 어린아이를 파괴하는 행위다.

-이번 선거에서 프로포지션 8에 반대하기 위해 기부를 했는데.

▲브래드가 했다. 우린 그것에 대해 상의한 뒤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반대의 주도는 브래드가 한 것이다. 나는 그가 자랑스럽다.

-당신은 다문화 다인종 가족의 기본을 세운 사람이다. 버락 오바마 같은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의 작은 가족이 그것에 일조한 교훈이 됐다고 생각하겠는가.

▲물론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건 훌륭한 일이나 난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는 투표하지 않겠다. 그보다 나는 그의 국제적 정의에 관한 생각과 관타나모 베이 수용소 폐지 등을 지지하는 것을 찬성하기 때문에 그에게 투표할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가족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그런 것은 누군가를 공직에 앉히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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