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춤추는 악성루머

2008-10-3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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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닫았다더라’ ‘파산했다더라’

금융불안 여파로 기승
한인은행.건설업체등 ‘사실무근’해명에 진땀

맨하탄 모 한인은행 지점의 한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어느 한인 업체가 파산을 한다는데 사실이냐’, ‘모 은행이 굉장히 힘들다는 데… 아는 얘기가 없냐?’ 등 각종 루머에 대해 물어오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이 은행 관계자는 “한인사회에 떠돌아다니는 뜬금없는 풍문을 듣고 전화들을 해오는 경우가 많아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느라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최근 불어 닥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가뜩이나 힘들어진 한인사회에 실체 불명의 온갖 악성 루머들이 나돌면서 분위기를 흉흉하게 하고 있다. 대형 상가개발을 진행해 온 한 건설업체의 경우 최근 자금난에 봉착해 프로젝트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건립 중이던 상가공사가 중단되자 파산할지 모른다더라’ 식의 루머 때문이었다.


업체 측은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공기를 늦추고 있을 뿐, 실제로 대출자금 상환도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같은 소문이 왜 도는지 모르겠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한 주얼리 업체도 느닷없이 곧 문을 닫을 거라는 말이 나돌았다. 불경기의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비교적 고객이 많은 업소인데도 ‘운영난’ 소문이 퍼져나갔다.이 같은 악성 루머는 고의적으로 생산돼 유포되는 경우도 있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인은행권에서는 일부 마케팅 담당자들이 ‘다른 은행이 사정이 좋지 않아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고객을 끌어들이는 일도 있다는 게 은행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심지어 LA에서는 모 한인은행 행장이 고객과 만나 다른 은행을 지목하며 “그쪽이 사정이 안 좋아 망할지도 모르니 은행을 옮기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가 상대은행 관계자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경우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니면 말고’식의 악성루머는 해당 업체에 타격을 입힘은 물론 전체적인 심리적 위축을 심화시켜 전체 한인경제를 더 깊은 불경기의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니까 단순한 추측이 입에 입을 타고 전해지면서 마치 사실인양 부풀려지는 게 문제”라며 “한인 경제가 한 배를 탄 것이라는 인식으로 루머 확산을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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