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머가 따로 없다

2008-10-25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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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가 따로 없다

블랙 앤 화이트가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할리퀸(무언극 광대) 팬츠를 빌려 입은 것 아닌가 의심받았을 것이다.

유머가 따로 없다

핑크빛 장미꽃까지 어깨에 달고 등장한 핑크 레이디

‘밀라노의 반항아’ 옷으로 세태 풍자하는 패션계의 악동

‘밀라노의 반항아’ 모스키노(Moschino)의 컬렉션은 늘 유머감각과 화려한 색채 감각이 넘친다. 여성의 섹시함과 활동성을 강조한 캐주얼 패션의 대명사 프랑코 모스키노가 1994년 사망한 후에도 그의 유머러스한 디자인 철학은 계승되고 것이다.

로셀라 자디니가 이끄는 디자인팀이 내년 봄 시즌을 겨냥해 선보인 모스키노 컬렉션은 ‘생각을 크게 하라’(Think big)였다. 리번도 커다랗고 러플도 커다랗다. 가죽 백을 장식한 리번이나 코사지, 벨트도 큼지막하다. 엄청나게 큰 리번을 목에 매고 오버사이즈 할리퀸(무언극 광대) 프린트의 블랙 앤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모델의 캣워크는 웃음을 자아냈다. 러플과 장미꽃도 눈에 금방 뜨이고 민트 그린 새틴 점프수트의 허리라인도 유머러스하다.


모스키노의 시그니처 아이콘 중 하나인 ‘하트’ 역시 클러치 백의 라임스톤 장식 혹은 블랙 시프트 드레스의 알아보기 힘든 화이트 그래픽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어떤 것이 좋은 취향이라고 말할 수 없고 사람들은 자신의 특별한 스타일에 의해 패션을 수용한다고 보았던 프랑코 모스키노. “패션은 인간의 인체나 볼륨이라는 제약 속에서 창조성이며, 이 제약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예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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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사이즈 러플로 무장한 블랙 앤 화이트 드레스.‘생각을 크게 하라’(Think big) 역시 모스키노식 위트와 기발함의 표현이다.

그래서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정신이며 디자이너는 소비자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그의 역설은 패션학도들에게 교과서처럼 전해 내려온다. 파리 패션쇼를 두고 오직 보여주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독설을 퍼부었고, 옷으로 세태를 풍자하는 디자이너로 평가 받은 패션계의 악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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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푸하’하고 웃음이 나오는 모스키노식 위트와 기발함은 값비싼 그의 옷을 입지 못하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공유할 수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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