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이상 고학력 이민자 20%가 ‘단순노동직’ 종사
2008-10-24 (금) 12:00:00
대졸 접시닦이에 공학 전공 건축 노동자, 심지어는 법률가 주차 보조원까지…
대학 졸업 미국 이민자의 다섯 명 중 하나는 접시닦이, 패스트푸드점 캐시어, 경비 같은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발표된 워싱턴 소재 ‘이민정책연구소’의 보고서는 고학력 이민자들의 이 같은 취업 상황을 밝히면서 미국 경제가 1,300만 명에 달하는 외국 태생 근로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지역은 이민자들의 학력이 미국 내에서도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워싱턴 지역에서도 이 같은 고학력자의 단순 노동직 취업 현상은 여전해 DC에서 이디오피아 출신 공학 전공 대졸자가 모는 택시를 탄다거나 엘살바도르에서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던 이민자가 주차를 시켜주는 일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이 보고서는 고학력자의 단순직 취업 경우는 유럽이나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보다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출신자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지적했다.
또 미국에 이민 온 지 10년 이상 된 사람보다 이민 경력이 그 이하인 사람들이 많았다.
이 보고서가 예로 든 경우를 보면 현재 건축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그레고 피네다 씨는 엘살바도르에서 정치적 이유로 7년 전 미국에 이민 왔다. 피네다 씨는 자기 나라에 있을 때는 법학을 전공, 법률가와 은행가로 일했으며, 스페인어로 쓴 문학작품으로 국제 문학상까지 받기도 했으나, 미국에 온 뒤 이곳저곳 이력서를 내 봤지만 경력에 걸맞는 취업은 불가능했다.
한때 국영은행 이사를 지냈고, 개인 법률 사무소가 번창해 산 살바도르 최고 주택지에 저택을 소유했던 피네다 씨지만 유창한 영어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고학력 단순직 종사 이민자들은 대부분 피네다 씨처럼 언어가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다.
라플라타에 호사가 있는 파차나 건설사 소속으로 사실상 막노동을 해온 피네라 씨는 “몸이 힘든 것보다 평생 해온 학업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괴롭다”고 토로한다.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은 히스패닉계보다 학력이 높고 상당수는 대졸자이자만 취업에서 애로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유럽 출신자는 비교적 원하는 직장을 얻어 많은 수가 전공을 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출신자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출신자들보다는 학력에 걸맞는 직장에 취업하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
보고서는 영어가 미숙한 고학력 이민자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에 비해 단순직 종사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고 지적했다.
대학 졸업자 가운데 단순직에 종사하고 있거나 아예 실업상태인 비율은 미국 출신자는 17.7%, 2.6%에 불과했다.
또 유럽 출신 이민자는 이민 온지 10년 이상인 경우 18.9%, 실업은 3.4%, 10년 미만인 경우도 16.6%, 실업 3.6%로 미국 태생에 비해 거의 대등한 수준을 보였다.
아시아 출신은 이민 경력 10년 이상인 자 가운데 단순직 종사자는 20.3%, 실업률은 4.3%로 집계됐고, 10년 미만의 경우 23.4%, 3.4%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반해 라틴 아메리카 출신은 10년 이상 된 대졸 이민자의 43.5%가 단순직에, 또 5.0%는 아예 직업이 없었으며, 10년 미만자는 34.6%가 단순직 종사, 3.9%는 실업 상태였다.
아프리카 출신도 단순직 종사 비율이 10년 이상자 32.9%, 10년 미만자 22.3%, 실업률은 10년 이상자 6.0%, 10년 미만자 4.4%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