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2008-10-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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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라

내가 처음 시작한 식당은 LA 다운타운에 있는 한식과 중식을 하는 가게였다. 그 식당은 초창기 개업했을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오년이 지난 후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괜찮은 비즈니스가 되었다.

하지만 한식으로는 주류 시장에 갈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는 일을 마치고 저녁에는 일식 학원을 다녔다.


그리고 학원을 수료한 후에는 남의 가게에서 보조 스시맨으로 일했다. 하루는 선배 스시맨이 나에게 그 나이가 되도록 뭐하다가 이제야 스시를 배우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주류사회에서 통하는 식당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웃을 수 있었지 만약 그런 입장이 아니었다면 많이 속상했을 것이란 생각도 했었다. 그 후 나는 퓨전 일식당을 개업했고 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게를 늘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예전에 하던 그 식당에 만족해 새로운 꿈을 꾸지 않았다면 또한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의 와우벤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타주에 있는 젊은 청년에게 전화를 받았다. 내 칼럼을 읽고 있다는 그 젊은이는 미래의 꿈이 프랜차이즈 식당을 만드는 것이라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나는 두 가지를 물어보았다. 첫째 한 번이라도 식당에서 일을 해보았는가? 그리고 구체적으로 하려고 하는 식당의 음식을 만들 수 있는가?

그 질문에 그때까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흥분되어서 설명하던 그 청년은 대답을 머뭇거렸다. 그리고 자신은 눈썰미가 좋아서 무엇이든 금세 배울 수 있고 닥쳐서 하면 뭐든지 자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청년에게 큰 꿈을 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지불해야 할 것들을 잘 생각하고 그것들을 차분히 해 나가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주위에서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해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여러 개의 체인을 가진 프랜차이즈 식당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꿈을 꾸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경험으로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몇 개의 가게와 수십 수백 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식당을 만들려는 사람이 밑바닥부터 일을 해보지 않았다면, 또한 음식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그 음식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이루려는 꿈에 대하여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나도 나의 꿈에 대한 대가를 치르던 그 시간들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몇 개의 식당을 동시에 운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식당사업은 쉽고 편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으로 재미있고 한번 도전할 만큼 매력적인 분야이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와 성실성만 있으면 큰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큰 꿈을 가지고 식당사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 꿈에 대하여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면 그 식당의 미래는 장담하기 힘들다. 많은 분들이 고달프고 지루한 연단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각자 꿈꾸는 성공적인 식당을 만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것이 핵심

1. 남의 가게에서 일을 해보라. 많은 것을 배운다.
2. 개업을 한 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것을 이겨내야 꿈을 이룰 수 있다.
3.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고 식당 창업의 꿈을 꾸어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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