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글지글 양념갈비에 막걸리 한 잔 할까

2008-10-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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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양념갈비에 막걸리 한 잔 할까

원형 테이블과 투박한 의자는 추억의 대폿집을 연상시키며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지글지글 양념갈비에 막걸리 한 잔 할까

화강암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먹는 고기는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대폿집 낭만과 추억’가득 왕대포

한국의 대학교 앞 먹자골목, 회사 뒷골목에 자리 잡은 대폿집은 대학생들의 하교 길 혹은 직장인들이 퇴근길 들려서 저녁과 술 한 잔을 동시에 해결하는 단골코스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내로라하는 술꾼들은 대폿집을 그냥 지나가지 못했던 것. 소주 한 병에 깍두기 한 접시만 시켜놓고도 직장상사를 안주삼아 씹어대기(?)도 하고, 암울했던 독재정권 시절에는 ‘모래시계’의 주인공들이 그랬듯 시대 돌아가는 판세를 비웃고 조소 섞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을 터다. 많은 사상과 이념이 꽃을 피우고, 억압받던 민중들의 설움과 고민이 해학과 풍자로 승화되던 장소. 한국의 70~80년대의 음주 문화를 대표하던 대폿집을 이제 LA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글·사진 홍지은 기자>


화강암 화로 달린 원형 테이블 옛 분위기 살려
파인애플·배 등 과일로 양념한 이동갈비 별미

▲그 시절 그 대폿집

지난달 세인트 앤드루스와 윌셔 블러버드 만나는 곳에 문을 연 ‘왕대포’는 그 시절 그 시대 대폿집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린 식당이다.

“원형 테이블은 한국에서 공수해 왔어요. 여기에 현대식 조명을 입혔고 신나는 음악을 곁들여 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남의 눈치 안 살피고 신나게 고기와 술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식사와 2차를 한자리에서 해결하세요”

미셸 이 사장은 4050세대에는 추억의 향수를, 2030세대에는 편안하고 특이한 재미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화강암 화로가 달린 원형 테이블과 투박한 의자는 끼어 앉으면 대여섯 명까지 앉을 수 있어 더욱 정감이 간다. 저녁이면 젊은이들을 겨냥한 신나는 음악과 세련된 조명이 함께 분위기를 한껏 ‘업’시켜줘 역동하는 젊음, 살아있는 생동감을 가득 느낄 수 있다. 한편 왕대포는 1~2테이블은 외국 손님들이 차지한다. 미셸 사장은 외국인들에게 왕대포(WDP)를 ‘Wine, Dine, Play’의 약자로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 주류에 갈비와 막걸리 바람을 불러일으킬 ‘포스’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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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포의 지니 리 사장이 대표 메뉴인 이동갈비를 선보이고 있다.

▲이동갈비와 김치


“갈비 중에 최고로 손꼽히는 이동갈비와 양념갈비가 대표 메뉴입니다. 시원한 막걸리도 한잔 맛보세요”

정말 질 좋은 최상급 고기만을 서브하기 때문에 고기 부페처럼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는 없지만, 대신 1인분을 시키면 무제한을 시켜 먹은 것처럼 배가 부를 수 있게 푸짐하게 서브한다. 이동갈비란 한국 포천군의 이동 막걸리, 온천과 함께 손꼽히는 3대 명물로 조각을 작게 내고 많이 저며서 더욱 야들야들하고 맛있다. 지글지글 구워진 양념갈비의 맛은 육즙이 가득해 주시하면서 부드러운 것이 ‘꿀맛’이다. 미셸 사장은 물 대신 과일 즙으로 맛을 냈다고 맛의 비결을 밝히는데 사과와 파인애플, 배 등 여섯 가지 과일로 양념을 해 고기가 잘 타지 않고 맛이 깊다고 한다. 또한 양념갈비와 함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매운 갈비도 고추 간 것과 생강, 과일로 만든 하우스 메이드 매운 양념이 맛의 비결이란다. 이 외에도 직접 담가 6개월간 숙성시킨 묵은지 김치와 함께 서브되는 통 삼겹살, 역시 직접 담가 2개월간 숙성시킨 백김치, 매콤 새콤한 열무김치 냉면 등도 이집의 별미다. 또한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담백한 맛의 더덕구이, 고소한 새우구이, 닭가슴살 등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인다.

소주와 맥주와 함께 구수한 막걸리도 추가했다. 미셸 사장은 “암 예방,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며 “막걸리를 전혀 모르는 2세나 외국인들도 아주 좋아한다”고 자랑한다.

▲가격: 각종 구이 12.99~22.99달러, 열무김치 냉면 5.99달러
각종 찌개 7.99달러
▲주소와 전화번호: 3871 Wilshire Blvd. LA, (213)380-6500
▲영업시간: 주 7일 오후 5시~새벽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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