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 - 비바람 퍼붓는 검은 바다 한가운데 작은 배

2008-09-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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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격랑(激浪)이다. 폭풍이 치는 파도,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비바람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는 작은 배의 형국이다. 2주전에는 프레디맥과 페니매은행에 2,000억의 대규모 금융지원책으로 다소 맑은 날이 며칠 지속되면서 30년모기지 이자율도 0.5%정도 떨어지더니, 지난주에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결정으로 월가의 주식이 무서울 정도로 폭락하면서 다시 모기지 이자율이 6%대로 올라갔고, 이번 주 초에는 미정부가 금융기관의 전체 부실채권 정리에 7,0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재정적자 급증우려가 확산되면서 한참 잘 떨어지던 석유값이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또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신문에서 좋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올지 검은 구름 이야기가 나올지 우리 같은 서민들이야 그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매일 아침 집 앞에 떨어져 있는 조간신문 경제면과 인터넷 경제기사를 다만 조심스레 펼쳐만 볼 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여러 전문가들께서 주택가격이 더 떨어진다, 대충 멈춘다, 등등 장기적인 전망을 내고 계시지만, 이를 믿어야 할 지, 믿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늘 제가 컬럼상에 말씀드리는 것처럼, 장기적인 예상은 단지 예상으로 봐야 하고, 단기적인, 향후 3개월 정도의 예상만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미정부에서 현 시국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떠한 강도 높은 치유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주택시장의 방향이 바뀔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주택시장의 하락점이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며, 앞서 말씀드린 여러 미국 경제상황의 부정적인 면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현재의 주택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 중에 또 다른 중요한 하나는 주택매매의 거래자인 셀러와 바이어의 심리다. 미국 경제가 끝없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한없는 추락과 추락을 거듭하여 1929년의 경제대공황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만 만들어 지지만 않는다면, 내일이라도 집값이 안정되고, 주택가격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는 소식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면 오늘 당장이라도 바로 집을 사겠다는 고객은 줄을 서 있다. 20%이상의 다운페이먼트를 CD안에 안정적으로 넣어 두고 꾸준히 샤핑을 하는 고객만 10명 이상이 된다. 이 중 3명은 지난 3주 사이에 REO매물 중에 맘에 드는 주택을 찾아서 구입했다.


엊그제, 캐년컨츄리 45만달러 단독주택 REO매물이 17개의 멀티플 오퍼를 받아 5만달러 이상의 가격을 더해서 에스크로에 들어갔다. 우리 바이어팀도 4만달러를 더 올려서 오퍼를 넣었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다. 좋은 집을 사 드릴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도 좋은 집하나 나오면 여기저기서 순식간에 바이어들이 모여서, 가격이 경쟁적으로 올려지고, 또 1주일 이내로 금방 팔려버린다. 주택이 불경기인가 호경기인가 에이전트도 손님도 갈피를 못 잡겠다. 아마,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기를 기다리는 고객께는 주택경기의 침체와 불황소식만 크게 들리는 것 같고,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정상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고객들께는 긍정적인 소식만 자주 들리는 것 같아 누구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와중에, 독자들께서 눈여겨 고려하셔야 할 정보를 하나 드린다. 주택시장의 향방을 예상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가장 확실한 기준이 “현 시장에 나와 있는 총 매물량”이다. 각종 경제지표, 지수, 이자율 등, 여러 많은 경제 선행지수들 보다, 더욱 접근하기 쉽고 더욱 확실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선행지수가 바로 현 주택시장에서 나와 있는 매물수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매물이 적으면 얼마 있지 않아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선다. 꼭 참고하시기 바란다.

제가 신뢰하는 매물량 조사 기준 지역이 우리 한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스티븐슨랜치” 지역인데, 지역내 총 주택수가 약 3,000채이고, 2004년 가장 매매가 왕성했을 당시 월평균 주택매물수가 30개미만이었다. 나오면 팔리고 나오면 팔렸다. 2005년 여름을 기점으로 매물수가 점차 늘어나서 2006년 매매가 거의 없었을 당시, 월평균 150여채를 기록했고, 2007년에서 2008년 9월초까지 매매가 지지부진하던 이 시절, 매월 거의 변함없이 월평균 120여채를 기록했다. 이렇게 3년여를 끌던 매물수가 9월8일부터 9월23일 화요일 현재까지 일 평균 80채로 내려왔다. 에스크로에 들어간 매물수도 23일 화요일 현재 67채이다. 3여년만에 처음이다. 물론 한두달을 계속 지켜봐서 또다시 100채 이상으로 다시 늘어난다면 주택경기회복이 그만큼 더딜 것이고, 계속하여 70채 근처에서 머물면서 올해를 지난다면 내년이 그 획기적인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무척 많을 것이다. 지금부터의 한두달이 신경을 곤두세워 살펴봐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661)373-4575

제이슨 성<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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