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갑다, 구제금융법안”

2008-09-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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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구제금융법안”

정부가 마련한 구제금융 법안은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지만 주택시장 회복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인다.

“반갑다, 구제금융법안”

자료: 프레디맥, 9월 23일 현재; (Margin: 은행부과 금리)

정부서 모기지 론·금융기관 부채 매입‘거대한 투자은행 역할’성공하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큰 도움될듯
정부 개입 여부·정도 놓고 열띤 논쟁
주택시장 회복 위해 금융시장 위기 해소가 필수적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마련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은 공황상태에 놓여 있는 금융 시장을 안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법안은 현 상황을 가져온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좀 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진정한 가치를 발하고 있다. 연방 재무부가 내놓은 금융위기 치유책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다. 연방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월 모기지 페이먼트를 내지 못해 주택 차압 위기에 처한 소유주들을 돕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구제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문제가 있는 모기지와 관련된 증권을 매입하기 위해 수백억달러를 쏟아 붓는 것을 허용하는 프로그램을 엄격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벅넬대학 경영학과 윌리엄 그루버 교수는 “주택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주택 소유주들이 월 모기지 페이먼트를 제때 잘 내고 있다면 다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구제금융 법안은 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연방 의회와 조지 부시 행정부는 22일 의회의 감시기능 및 주택담보 대출자업체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구제금융 법안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는데 합의했다.


정부는 구제금융 조치에 따라 정부가 인수하는 모기지의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 상환연체로 주택을 압류당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부분적으로 주택 가격 하락으로 가속화 된 주택 차압 및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 증가는 모기지와 관련된 증권 가격 및 거래의 붕괴를 가져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융시장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주택시장의 회복은 더욱 지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8월 남가주의 중간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34% 하락했다. 이 기간 매매된 주택의 50%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압당한 것들이었다.
로드햄대학 재정학과 제임스 로시안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일반 사람들이 가치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기지 담보 증권”이라며 “구제금융 법안은 이를 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조치를 시급하게 마련, 소비자들이 거래은행으로부터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월스트릿의 금융기관들이 거대 보험회사 AIG 등이 급경사 길을 걷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치는데 실패함으로써 연방 정부가 구제금융 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필요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전 연방 통화 감사관 유진 러드위그는 “타운의 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해 궁극적으로 보안관의 투입이 필요했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20일 연방 의회 지도자들에게 전달된 2.5페이지 분량의 구제금융 법안은 사실상 연방 정부가 문제가 많은 모기지 론과 관련된 증권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 은행 및 다른 금융기관의 부채를 매입하게 함으로써 투자 은행의 역할 수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UC버클리 경제학과 토마스 데비도프 교수는 “제대로 이행된다면 구제금융 법안은 정부에 많은 순익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가정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가 감지된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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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상원 금융위원회 크리스토퍼 다드(민·코네티컷주) 위원장이 최근 구제금융 법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금융위기는 컨추리와이드 파이낸셜 및 리먼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 등 투자은행의 몰락 등을 포함하고 있다.

금융시장 위기 회복은 주택시장 회복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주택 가격을 올리기 어느 정도 공격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가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으나 주택시장 회복이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위기 해소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워싱턴 DC ‘경제 정책 연구소’ 딘 베이커 소장은 “구제금융 법안은 주택 거품이 더 부풀려 지지 않도록 막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무도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도록 혹은 주택 가격이 더욱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가 주택시장의 회복을 위해 개입해야 하는지 또는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지 여부는 향후 워싱턴 정가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민주당은 금융기관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한 대가로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는 연방 준비제도이사회가 정부의 전례 없는 많은 자금 투입으로 혜택을 보게 된 투자은행들을 긴밀하게 감독하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은행의 회계장부를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이상한 투자의 본질적 위험의 공개를 촉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투자은행 업계는 그들이 빌려 쓸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정하거나 투자 기준을 정하는 규정에 반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투자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은행의 성장을 제한하는 이러한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이유가 느슨한 감독 때문이었다는 지적을 감안할 때 투자은행 업계가 엄격한 규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너무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됨에 따라 정부가 투자은행 업계에 대해 주도권을 잡을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이 넓은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 감사관 러드위그는 “정부가 금융위기에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일자리 감소, 경제성장 위축, 납세자들에게 손실 전가 등 그 결과는 더 많은 출혈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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