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8-09-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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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한 고생은 없다

엄마가 심장수술 후 출혈이 계속되고 있다는 전화에 중환자실 앞에 다시 왔다. 중환자실 안으로 전화를 거니 곧 수술실로 옮겨야 하기에 면회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중환자실 벽에 기대어 긴 한숨을 쉬는데 누군가 아는 체를 한다. “미세스 김을 만나러 온 거야?”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의사는 엄마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경과를 물었다. 수술 후 집중 치료실에서 회복을 하는 중에 출혈이 계속 멈추지 않아 수혈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아무래도 수술한 곳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두 시간 후에 좋은 결과를 가지고 다시 이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고선 의사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답답한 마음에 연거푸 물만 들이켜고 있다. 약속한 두 시간이 지나도 의사는 나오지 않는다. 네 시간이 지난 후에 드디어 의사가 나타났다. 의사의 눈을 보니 얼마나 충혈되어 있는지 네 시간 만에 만난 의사는 수척해 보일 정도로 기진맥진 상태다. “걱정 마. 혈관을 이식한 곳도 심장도 정상적으로 뛰고 있고. 피가 스며 나오는 것을 보니 지병으로 먹던 약의 성분이 출혈을 일으키는 것 같다. 오늘 내일 더 집중 치료실에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더 말을 시키면 쓰러질 것 같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일단 수습을 했다.


너무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엄마는 퇴원을 하셨다. 간병인 없이 하루 종일 엄마 혼자 집에 계시는 것이 마음에 쓰인다. 회사 일을 하다가도 아프다는 전화가 걸려오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달려가기를 몇 번 점점 퇴원 후에 숨이 차서 앉지도 걷지도 못하실 정도가 되었다. 마침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더니 폐 주변에 피가 많이 고여 있어 빨리 빼주어야 한다고 했다.알고 봤더니 퇴원 후에도 폐 주변으로 출혈이 계속되었던 거다.

응급수술을 위해 다시 등쪽으로 마취를 하고 피를 뽑기 위해 생살을 절개하고 호스를 꽂았다. 얼마나 많은 피가 고여 있었는지 두 갤런 가득 피를 빼냈다.

그런지 또 2주일 후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 엄마를 모시고 응급실로 달렸다. 계속되는 출혈로 엄마는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참, 이보다 더한 고생이 또 있을까. 처음 수술 후 엄마가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신 후에 “내가 수술실 들어가서 마취가 막 들려고 할 때 뭐라고 기도했는줄 알아?” “뭐라고 기도했어? 살려달라고?” “하나님, 우리 작은딸 승욱이 엄마는 너무 꿋꿋하게 이제 어디다 내놔도 걱정이 안 되는데 우리 큰딸 혼자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큰딸을 위해서 제가 더 살아야겠습니다.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했지. 그랬던 엄마가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니 모든 것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다.

폐 주변에 고인 피를 뽑기 위해 다시 호스를 꼽는 과정이 눈으로 봐도 고통 그 자체다. 게다가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하니 입맛도 없어서 음식도 거의 못 드시고 호스를 달아놓았으니 움직이지도 못하고.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엄마의 푸념이 날로 늘어간다.

수술을 맡았던 의사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당신 어머니는 정신력이 대단해. 그만한 정신력을 가진 환자를 거의 보지 못했어.” “그 정신력은 신앙에서 나오는 거예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능력이요.” “음… 맞아.”

그렇다. 엄마는 그렇게 하루하루 견디며 자신의 아픔과 싸워서 이겨 나갔다. 그것이 나를 위해 사시려는 노력이 아니라 언니를 위해 사시려는 노력이라 할지라도 엄마는 대단했다. 수술자국이 얼마나 크게 자리 잡아 있었는지 그 상처가 거의 아물어갈 무렵 엄마의 출혈도 서서히 멈추고 열심히 운동하시고 음식도 열심히 드셔서 결국 엄마는 일어나셨다.

아직도 계속 약을 드시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엄마에게 박수와 갈채를 보낸다. “엄마, 파이팅~ 엄마, 사랑해. 우리엄마 역시 대단해요.”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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