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먼저 웃고 인사하자

2008-09-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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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국에 와서 여러 가지가 생소하고 신기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지나가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먼저 인사를 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에 처음 갔을 때 모르는 여학생이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해올 때는 나를 좋아서 그러는지 알고 잠시 가슴이 설렌 적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어려서부터 남자는 실없이 웃으면 안 되고 무게 있게 행동하라고 배워 왔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인사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미국문화였다. 그래서 가게를 시작하고 나서도 손님들에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또한 내 마음속에 교만함이 있어서 종업원들에게는 절대 먼저 인사하는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잘 웃지도 않고 인사도 하지 않는 나에게 먼저 다가오는 종업원들은 없었다.
손님들에게도 진심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인사를 했기 때문에 그것도 내게는 스트레스였다. 내 기분이 좋을 때는 인사하고 웃는 것이 힘들지 않았지만 일에 찌들어 짜증이 나면 표정관리가 힘들고 어려웠다. 참으로 그때까지 나는 몸은 식당 일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 일을 할 만큼 준비가 안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먼저 웃고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왜 나보다 낮아 보이는 사람한테 인사를 해’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저 사람이 나를 우습게 볼 지도 몰라’라는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가게에서 만나는 손님들에게 그리고 같이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또한 주변 이웃들에게 행복한 웃음과 함께 먼저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내가 인사를 했는데 받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도 입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인사를 했다. 이렇게 웃고 인사하는 습관을 가지고부터 두 가지가 참으로 내게 도움이 되었다. 우선 주위 사람들과 인간관계가 참으로 부드러워졌다. 종업원들과도 단지 노사관계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첫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또한 상황에 따라 내 기분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황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어려움에 처한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은 내게 여러 가지 힘듦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가 그 가게에 있는 동안 그 사장님은 한 번도 웃지도 않고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이야기보다 좀 더 웃고 일을 즐기라고 말해 드렸다. 그러자 그분은 “웃을 일이 있어야지 웃지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보면 좋은 일이 생기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
참으로 그 분의 말씀대로 식당 일을 하다보면 웃을 일보다는 찡그리고 짜증나는 일이 더 많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얼굴에 웃음을 띠고 먼저 활기차게 인사하는 것을 경박한 행동이라 여기는 좋지 못한 고정관념이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식당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웃고 먼저 인사를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이며 손님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종업원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것이 핵심
1. 인사를 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하도록 해라.
2. 웃는 얼굴이 가장 좋은 광고이고 서비스이다.
3. 나보다 낮은 이에게도 먼저 인사를 해라. 그들이 따른다.

이재호(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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