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래 묵을수록 빛나는 ‘명품’

2008-08-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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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투르

지난 주 한국의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이 추석명품 선물로 7,000달러(700만원) 상당의 와인을 선보여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대체 어떤 맛인데 한번 마시면 없어지는 와인에 7,000달러를 소비하는 것일까. 그러나 와인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라면 이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이 호텔이 선보인 와인은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샤토 라투르’(Grand Vin de Chateau Latour)로 빈티지 중 최고로 손꼽히는 1982년산이었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찬장에 내 놓아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던 샤토 라투르는 49년산과 61년, 82년은 와인평점 100점 만점을 받았을 정도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특히 그랜드 빈은 샤토를 둘러싼 포도밭에서 생산, 와인 숙성통인 뉴 오크에서 18개월 동안 숙성한다. 여러 세대에 걸쳐 기념비 적인 와인을 생산해 온 샤토 라투르는 연간 24만병 정도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최하가 500~600달러에 이를 정도로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꼽힌다.

태닌 강한 풀바디 묵직함에 반해
최하가 500달러 고급와인 대명사
49년·61년·82년 최고 빈티지


▲뽀이약(Pauillac)지역
샤토 라투르의 라투르는 ‘탑’이라는 뜻으로 레이블에는 돌로 만든 탑이 그려져 있다. 샤토 라투르는 세계 최고의 와인 산지라 불리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산지 뽀이약(Pauillac)이라는 지방에서 제조되는데, 이 지역에서 나오는 특 1급(Premier cru) 와인 중 하나다. 뽀이약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토양의 기복이 심하지만 단층 형성 된 자갈 토양으로 배수가 탁월하다. 보르도에게 그랑 크뤼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1등급 3개, 2등급 2개, 4등급 1개, 5등급 12개의 총 18개의 그랑 크뤼를 생산한다. 지롱드 강의 하구를 내려다 보이는 이 포도원은 지리, 지질학적 관점에서 포도나무의 생육 조건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강한 남성 와인의 대명사
샤토 라투르는 세계 유명 와인 중에서 가장 농축되고 풍부하며 태닌이 강한 풀 바디의 와인으로 강한 남성 와인의 대명사로 일컬어질 만큼 진한 맛과 오래 지속되는 뒷맛으로 유명하다. 이는 완고할 만큼 오래 숙성되는 와인으로도 유명한데 25년 이상 오래 숙성되면서 거친 맛이 부드럽고 세련되게 길들여져 황홀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실제로 20년이 지난 와인들도 아직까지도 대단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샤토 라투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내기 위해 1964년 메독 지역 최초로 양조시설을 스테인리스 통으로 교체해 위생과 자동화에 선두주자로 나서는 등 혁신적인 개혁을 진행해왔다.

▲최고의 빈티지 49년, 61년, 82년
1949년산은 숨이 막힐 것 같은 감동을 주는 와인으로 풍부함과 밸런스를 완벽하게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훌륭한 엑기스로 맛을 갖춘 구조감을 느낄 수 있으며 피니쉬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1961년산은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환상적이라는 평이다. 검은 과일과 버섯, 부드러운 가죽, 삼목, 미네럴을 함유하는 고급스러운 향으로 풀 바디의 기념기적인 와인이다. 1982년은 압도적인 부드러움과 강건함을 갖춘 61년산의 그 맛을 쏙 빼닮은 것으로 유명하다.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마시기 가장 좋은데 풍부함과 원숙미를 보여주면서 라투르 특유의 끌어당기는 듯한 카시스와 삼목, 참깨, 미네럴 향이 풍부하다. 최고의 풀 바디로 농축도와 구조감을 보여주며 스케일이 크지만 깜짝 놀랄 만큼의 부드러움을 지녔다. 태닌의 레벨은 높지만 여러 과일 맛이 숨이 있어 결코 튀지 않는다. 한편 1996년도 99점을 받았을 만큼 알아주는 빈티지로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괴물 같은 과일맛을 지닌 와인으로 알려졌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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