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성급한 광고는 위험하다

2008-08-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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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좋아하는 부대찌개 전문점이 개업한다는 광고가 신문에 나왔다. 한국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 식당의 분점이라 무엇인가 기대감도 들었다.
얼마 후 나는 그 가게가 영업을 시작했다는 소문을 듣고 아내와 함께 그 가게를 찾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 가게에는 많은 손님이 있었고 우리는 한참을 기다린 후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리에 앉은 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 테이블에는 종업원이 오지 않았다. 종업원은 많았지만 분주하기만 했지 손발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한참 후 간신히 부대찌개 2인분을 시켰다. 그리고 또 기다리기를 아주 오랜 시간, 반찬도 찌개가 다 끓고 먹을 때가 되어서야 가져다주었다. 물을 더 달라고 할 수도 밥을 더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처음 식당에 갈 때는 기대감이 컸지만 그때쯤 되니 나도 또 아내도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다른 손님들도 무엇을 먹었는지 모른 채 정신없이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 것 같았다. 음식 맛, 그것을 평가하기 이전에 무언가 괜히 왔다는 생각만 들었다.
식당을 떠나려는 순간 사장님인 듯한 아주머니가 우리를 향해 “맛있게 드셨어요. 또 오세요”하고 인사를 했다.
그냥 쓴웃음을 짓고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하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와 나는 지금은 잘 되는 것 같지만 아마 저 식당은 오래 못 가겠다 하는 말을 했다. 그리고 반년 후 그 식당은 다른 가게로 바꿔져 있었다.
그 가게를 보면서 나는 한 가지 너무나 아쉬운 것이 있었다. ‘왜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저렇게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을까?’
물론 오랜 준비기간을 마치고 개업을 하자마자 손님으로 꽉 차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는 예비 창업자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대박이 났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사장님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음식장사는 처음 몇 주, 아니 몇 달에 승부가 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꽤 많은 시간이 지나 단골이 생기는 그 순간이 시작인 장거리 경주이다.
가게를 처음 열고 주방에서의 모든 과정을 익숙하게 하고, 손님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모든 것을 준비하려면 짧지 않은 시간 많은 실수를 경험하면서 종업원들의 서비스 능력을 향상 시켜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런 시간을 뛰어넘어서 아직 손님을 완벽하게 맞을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조급한 마음에 시작하는 광고는 단기간 손님을 끌 수는 있겠지만 그 광고를 보고 온 손님들을 단골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대박 이라는 욕심 때문에 성급하게 광고를 하지 말고 차분하게 준비하면서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때 성공적인 식당 창업을 할 수 있다.

이것이 핵심

1. 광고는 종업원이 최대한 일에 대하여 적응되었을 때 시작하라.
2. 절대 손님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3. 개업 첫날 손님이 많은 것보다 일년 후에 더 바쁜 식당이 되어야 한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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