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하나님이 보고 계십니다

2008-08-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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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인 목사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때로 참으로 가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주의 종으로 맡은 사역을 잘 감당하고도 있지만 남가주 지역에만 약 2,000여명의 목사님들이 특별한 사역 없이 방황(?)을 하고 있다는 비공식적 통계가 있다.

이 분들 가운데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체험하고 하루아침에 삶의 방향을 전환해 확실한 소명의식으로 주의 종을 길을 선택한 분들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저것 해보다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서 “하나님이 나의 모든 길을 막고 계시다”며 애꿎은 하나님 핑계대고 결국 목사안수 받게 된 간증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하나님 입장에서 보면 “제는 왜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저 혼자서 내 종의 길을 가겠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좀 어처구니없어 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분들도 있다.

목사가 흔해지다보니 목사에 대한 대접도 변변치 못해지고 있다. 목사의 자질에 대한 갑론을박도 심해졌다. 과연 어떤 사람이 목사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인가. 목회자의 자질론에 대한 세미나가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목회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확실치 않다.

김준남 목사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 하는가’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주의 종이 되려고 준비하고 있거나 본인 나름대로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예비 신학생들의 자질을 논하고 있는 책인데 그 제목처럼 내용도 진솔한 부분이 많아 장차 목사안수 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볼 것을 권장하고 싶다.

잘 나가는 목사님이건, 그렇지 못한 목사님이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목사라는 직분 이전에 본인 개인의 신앙이다. 목사님이니까 당연히 예수님도 잘 믿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정작 예수님을 마음 중심에 가장 잘 믿어야 하는 사람들은 평신도 이전에 목사들이다.

신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가지고 잘 가르치고 타고난 달변으로 주일 설교도 잘 할 수 있는 있지만 정작 본인들이 가르친 내용을 잘 믿고 이를 삶 가운데 실천하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뉴욕 대형교회 유명한 목사님 한 분이 간통사건으로 교회에서 물러나는 일이 벌어지더니 얼마 전에는 주변에 알고 지내던 목사님 한 분이 또 다른 간통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입이 열 개라도 사실 할 말이 없어야 할 터인데 이 목사님은 오히려 신문에 광고를 내고 만약의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는 그런 소식까지 듣게 되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실수한 후에 처신은 본인의 선택이다.

요즘 한인 목사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어쩌면 사역지가 없어 갈등하고 있는 2,000여명의 실직 목사들보다도 ‘마치 하나님이 안 계시는 것처럼’ 행동하는 일부 목사들의 처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보면서 목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성품, 인격이나 학벌보다도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화장실에서도 느끼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 승 환
(목사·예찬출판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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