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지구촌의 두 얼굴

2008-08-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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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지구촌의 시선은 온통 중국 베이징에 쏠려 있습니다.

2008년 올림픽이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TV는 각 종목의 실황 중계를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영웅적 행보를 소개하며,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축제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민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체조건의 열세를 극복하고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수영 남자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환이라는 국민 영웅에 환호와 갈채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 올림픽이 끝나는 날까지는 당분간 비정상적인 일상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촌 한 쪽에서는 축제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중앙아시아에 전쟁의 포연이 피어오른 것입니다. 그루지야라는 나라의 남쪽에 자리 잡은 ‘남오세티야 자치구’가 독립을 선언한 것이 전쟁의 발단이었습니다. 대부분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남오세티야 자치구로서는 당연할 수 있는 선언이었으나, 그루지야 정부는 그들의 독립 선언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것을 계기로 러시아가 남오세티야의 편에 서서 그루지야와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지구촌 한쪽에서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성대한 오프닝 행사가 한창일 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전쟁의 소용돌이가 시작된 것입니다.

8월10일,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희 월드비전 중앙아시아 개발사업 책임자의 이메일은 처참한 현장의 참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그루지야인이 2,000여명을 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는 내용이 이메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무나 갑자기 전개된 전쟁으로 인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오른 피난길입니다. 길가에는 시체가 널려져 있고, 언제 어디선가 또다시 폭탄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공포가 그들을 휘감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은 그들을 돌보기 위해 긴급구호 사업에 들어갔습니다. 일차적으로 약 200여명의 피난민들을 보호하며, 긴급식량 지원 및 임시 거주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왜 똑같은 지구에서 살면서, 4년마다 한번 열리는 지구촌 축제도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없는 것일까요. 한편에서는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오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남편을 잃은 미망인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통곡소리가 환호를 대신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21세기의 지구촌의 현주소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어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아마 며칠 내로 전쟁은 끝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올림픽의 열기에 더욱 휩싸일 것입니다. 어쩌면 또 다른 영웅의 등장으로 환호가 극에 달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소한 새롭게 발생한 고통 받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 지라도, 우리의 작은 관심은 상처받은 그들의 영혼에 커다란 위안으로 자리 잡아 새 삶의 용기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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