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지는 쪽을 택하라

2008-07-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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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억센 사투리를 쓰는 아주머니가 손님으로 오셨다. 그분은 주문을 하면서 이것저것을 서비스로 요구했다. 그것들은 무료가 아니라 모두 파는 것이라고 설명을 드렸지만 지난번에 왔을 때는 그냥 주었으니 이번에도 똑같이 해달라고 떼를 썼다. 내 눈치를 보는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나는 “원하는 대로 해드리고 원래는 모두 돈을 받는 것이지만 한국 분이라서 특별히 서비스로 드린다고 말씀드려라”하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그것을 챙기던 아주머니는 갑자기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큰 소리로 무엇인가 불평을 쏟아놓았다. 난감해 하는 학생을 대신하여 나는 그분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물어보았다. 그분은 음식에 깨를 넣으면 안 되는데 우리가 깨를 뿌렸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음식을 주문하실 때 그것을 말씀하셨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분은 말은 안 했지만 단골손님의 특별한 취향은 외워서 당연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도리어 내게 역정을 내셨다.
나는 순간 너무 무례한 그분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는 좋게 말하면 해줄 텐데, 저렇게 나오면 해주지 말아야지 하는 오기까지 생겼다. 그분은 빨리 다시 만들어달라고 나에게 재촉을 했고 그 짧은 시간 내 머리는 너무나 복잡해졌다. 내가 옳지 않은 일에 굴복한다는 마음이 나를 머뭇거리게 했다. 하지만 나는 속은 쓰렸지만 다음부터는 주문할 때 꼭 말씀해 달라고 정중히 말씀드리고 그분이 원하는 대로 음식을 만들어드렸다. 정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손님과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는 없고 이기려하기보다는 지는 쪽을 택하자는 평소 내 다짐대로 행동한 것에 후회는 없었다.
지난주에는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나에게 일하는 시간을 바꿔달라는 부탁을 했다. 다른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친구가 원하는 시간은 다른 종업원들도 다 일하고 싶어 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나는 무리를 해서라도 스케줄을 바꿔줄 수는 있었지만 해주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다른 가게에서 일을 하면 우리 가게 일을 소홀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이기심도 그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그 종업원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냥 옳고 그름으로만 상황을 보지 말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바꾸게 했다. 이번에도 나는 내가 상대방을 누르고, 하고 싶은 대로 하기보다는 지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내 자존심과 고집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경우를 따지면서 신경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십년이 넘게 음식장사를 하면서도 아직까지 잘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져주는 것이다. 특히 앞에서와 같은 ‘비호감’ 손님이나 이기적인 종업원을 볼 때는 어떤 결과가 나더라도 내 성질대로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지난 시간 동안 내가 누군가를 이기고 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그 결과는 내게 큰 손해로 돌아왔다. 식당 비즈니스는 내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관계에 성공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으로 사사건건 손님과 논쟁을 하고 자신의 성질에 못 이겨 종업원들을 항상 이기려고만 하는 것은 자신의 작은 자존심을 세우려고 사업을 어렵게 하는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

이것이 핵심
1. 옳고 그름만 따지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 하도록 노력해라.
2. 손님을 이기면 손님은 떨어지고 종업원을 누르려고 하면 그들은 떠난다.
3. 비굴해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존심보다는 사업의 성공이 먼저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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