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집은 가족과 추억을 쌓는 공간

2008-07-24 (목)
크게 작게
요즈음 제일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즈니스가 어때요?’ 묻거나 ‘저 좀 태워다 주세요.’ 게다가 ‘밥 사주세요’라고까지 하면 최악이라고 한다. 기름 값이 너무 비싸서 운전하기 겁나고 외식은 가능한 삼가니 식당 운영하는 사람들의 근심이 깊고 마켓마저 많이 한산해진 경제상황을 그대로 집어낸 우스갯말이다. 바이어에게 집을 보여주며 수시로 채워 넣는 기름 값에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에이전트는 늘 바쁘다.
준비된 바이어가 넘쳐나는 시장이다. 막상 매매건수는 지난해 이맘때만큼 활발하지는 않으나 싸고도 좋은 물건들의 매매가 증가 추세에 있다.
에이전트의 역할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집을 팔고자 하는 셀러와의 상담 때 어느 정도 집값이 하락했는지 현재의 시장상황이 어떤지를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내 재산, 내 집 값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셀러, ‘저기 옆집이 우리 집과 거의 비슷한데 50만달러에 팔렸는데 아니 우리 집을 왜 그리 싸게 내놓습니까?’ 현재 40만달러가 넘기 힘들다는 에이전트의 시세 감정이 못마땅하다. 그것도 1만~2만달러도 아니고 5만달러, 10만달러 차이가 난다니 에이전트를 믿지 못한다.
‘아, 예. 그런데 그 옆집이 1년 전이었죠? 현재 시세가 거의 재작년 수준으로 떨어졌거든요’ 에이전트의 설명이 계속된다. ‘꼭 파셔야 한다면 현실을 받아들이셔야 하는데요’
그렇다면 좀 더 기다리면 다시 집값이 오를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혹시 그러다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셀러들의 시름이 깊다. 판단은 결국 셀러 자신의 몫이다. 에이전트는 셀러가 결정하는 대로 열심히 일을 할 뿐이다. 다만 현실을 벗어난 너무 높은 가격의 리스팅 매물은 팔리지 않는다.
처음에 너무 무리하게 높은 가격으로 시작하면 행복은 잠깐이고 팔릴 때까지 계속 가격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체감 불경기 그리고 앞으로 계속 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바이어의 구매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비싸다 싶은 매물은 사지 않는다. 시세에 맞지 않는 너무 높은 리스팅 가격은 매물의 매력을 감소시키며 오히려 처음에 팔릴 만한 가격으로 시작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혹시 알아’가 역시 팔리지 않는다가 된다. 팔리면 팔고 아니면 말고 보다는 매력적인 가격으로 먼저 바이어에게 다가가야 하는 바이어의 마켓이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싸고도 좋은 물건을 찾는데 많은 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가격의 하락과 더불어 다시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게 하는 매매가 살아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그러나 웬만한 가격의 좋은 물건이면 쉽게 의사 결정을 하던 지난 몇 달과는 사뭇 다르다. 바이어에게도 쉽지 않은 시장이다. 특히 학군이 좋다는 지역은 아이들 때문에 지금 빨리 집을 사서 들어가야 하는데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가격도 괜찮고 마음에 드는데 지난 몇 달 동안 실제로 시장을 둘러보며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느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리면 더 싸고 더 좋은 매물이 나오지 않나 하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바이어 역시 이래저래 생각이 많고 시름이 깊다.
그러나 아이들과 가족과 집에서 함께 하는 시간과 추억 쌓기에 의미 부여를 한다면 적어도 당장 살고 있는 집 한 채만큼은 너무 부동산 시장 변화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을까? 제일 쌀 때를 기다리나 아이들이 다 자라 대학 가고 떠나가고 그러고 나면 이제 좋은 학군의 아담한 집도 필요 없다. 돈 벌고 모으고 불리기도 어렵고 부동산 사고팔기도 힘들지만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 때 그 때의 인생 여정들이니까.
문득 친구가 보고 싶고 밥 한 끼 같이 먹고 싶어도 전화해서 ‘요즘 어때? 나 좀 픽업해서 밥 좀 사주라’하다가는 결국 왕따를 당하기 십상인 요즘 그냥 가족끼리 소박한 저녁 먹고 오순도순 담소하며 쉴 수 있는 곳, 집을 먼저 사자.
(818)317-8525
서니 김<리맥스 부동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