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예외가 아니라 전체를 봐라

2008-07-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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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가게를 처음 시작했을 때 동생처럼 여기고 같이 일했던 남미종업원이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함께 일했던 어머니도 비록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를 가족처럼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에 열심히 일하고 공손했던 그 종업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어머니와 갈등을 겪기 시작했고 최선을 다해서 잘 해주었다고 여겼던 우리 가족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 친구는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갑자기 어느 날부터 일을 나오지 않았고 우리를 소송할 것이라는 말까지 하고 다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그때 느낀 배신감은 너무나 컸으며 그 이후로는 다른 종업원을 바라볼 때도 잘 해주어도 나중에는 다 나의 뒤통수를 때릴 것 같은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남미 종업원들은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어도 고마운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단정까지 하셨다. 하지만 십년이 넘는 동안 수많은 종업원들과 같이 일했지만 그렇게 비상식적으로 나를 실망시킨 사람은 그 친구가 유일했다. 그리고 갈등을 겪고 그만둔 그 예외적인 종업원 때문에 성실한 대부분의 종업원을 나쁜 편견을 가지고 대했다면 나는 아마도 사업상 좋은 인재들을 많이 잃었을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우리가게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서 광고지와 함께 무료 쿠폰도 함께 돌렸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그 쿠폰을 여러 개 가져와서 무료로 음식을 요구하시는 것이었다. 물론 한 번에 한 개라는 조건이 그 쿠폰에는 적혀 있었지만 그 분은 무조건 무료로 여러 개의 음식을 받기를 원하셨다. 많은 손님들이 그 쿠폰을 이용한 후 우리가게의 단골이 되었고 마케팅으로 참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그렇게 예외적으로 떼를 쓰는 얌체 손님 때문에 나는 잠시동안 이 광고를 그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식당을 하다보면 사람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종업원들 그리고 손님들과 겪는 갈등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장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서운하다고 불평하는 종업원을 볼 때 또는 아무리 손님이지만 일방적이고 무례하게 이것저것 요구만 하는 손님들을 볼 때 마음에 화와 짜증이 쌓여서 내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못할 때가 많이 있다.
모든 일에는 절대적으로 예외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을 하면서 꼭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렇지만 이런 예외적인 것 때문에 전체적인 것을 포기하면 그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가 많다. 나를 힘들게 하는 예외적인 종업원이 있어도 다른 대부분의 종업원들을 대하는 것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이상한 손님이 있어도 그런 손님 때문에 전체적인 손님에 대한 서비스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나는 다른 사업도 그렇지만 특히 식당은 인간관계가 좋지 못하고는 성공하기 힘든 사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인간관계를 좋게 하려면 다시 강조하지만 예외적인 것에 마음이 흔들려 전체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핵심
1. 예외적인가 전체적인가 그것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한다.
2. 이상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
3. 사람한테 받는 스트레스를 담아두지 말고 그냥 넘기도록 노력해라

이재호(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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