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 바라보기-데이빗 아저씨의 서비스

2008-07-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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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결혼 십일 년만의 장만한 오래된 집 덕분에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내려 와 무더운 여름을 집을 고치는 일을 계획하며 남편의 직장에서 마련해준 작은 부엌이 딸린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
그 동안 집 없는 민달팽이였던 내가 드디어 마냥 부러워하던 집을 등에 지고 다니는 달팽이가 되었는데 막상 집달팽이가 되고 보니 이고 다니는 그 집만큼 책임감과 할 일들이 늘어나 있었다. 그래도 좋은 분을 만나 집을 고칠 수만 있다면 이 일은 아주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내던 요즘. 바로 오늘은 오래된 우리 집의 전기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전기 공사가 시작되기로 한 날. 아직은 낯이 선 이 동네에 길을 달려 집에 도착해보니 벌써 여러분들이 늦은 나를 기다려주고 계셨다.
반가운 아침 인사를 나누고, 늦어 죄송한 만큼 함박웃음으로 아저씨들의 얼굴을 처음 뵈었다. 이 분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낡고 오래된 우리 집의 전선들을 모두 깔끔이 새 전선으로 갈아 주시고, 원하는 수의 조명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달아 주시고, 내가 사용하는 전기제품의 콘센트를 달아주시며 어디서든 편하게 불을 밝혀 줄 스위치를 달아주시는 일을 아주 완벽히 해 주실 거라는 내 마음 속 믿음의 불을 먼저 밝혀주셨다.
사실 그 동안 공사하기 전 어떤 분과 일을 하게 되어야 금전적으로도 절약을 하고, 공사기간이 짧아져 이사를 제때에 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이리저리 신경을 쓰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하루를 마감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 그리 가벼울 수 없었다.
하루 종일 공사 시작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짧지만 담소도 나누며 아저씨 두 분과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분은 젊은 분이시고, 다른 한 분은 아이가 셋이라고 소개를 하셨다. 간간히 공사 과정 설명도 해주시고, 벽을 뚫으셔서는 우리 집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설명도 해주시고, 서머스쿨에서 돌아온 아이에게는 반가운 인사와 함께 좋은 말씀도 들려주셨다.
아이가 셋인 아저씨가 아이에게 물으셨다. “공부 잘 하니?” 보통 어른들께서 아이들에게 자주 하시는 질문이라 생각하며 그냥 웃고 있었던 나. 그런데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다시 돌아오니 아저씨는 부지런히 작업을 하시다 연장을 가지러 가시며 아이에게 가득한 웃음으로 말씀하셨다.
“아저씨가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려줄까? 그것은 말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하면 된단다. 너는 학생이니 나가 놀거나 운동을 하거나 다른 그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공부를 먼저 하고 다음에 놀거나 운동을 한다면 너는 성공을 하게 될 거야.”라고 웃으시며 다시 아저씨는 일을 시작하셨다. 그러나 사실 옆에서 듣던 나는 너무도 놀라 순간 깜깜한 머릿속에 갑자기 스위치가 올려져 너무도 환한 불빛에 잠시 멍해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맞다. 맞다. 성공하는 길은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하는 일이라는 것을 왜 나는 이제까지 몰랐던 사실을 안 것처럼 놀라고 새롭게 느껴지는 것인지. 오늘 오후부터 나의 머릿속에는 아저씨께서 해 주신 말씀이 맴돌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환한 불이 들어오고, 마음 깊이 박혀 있는 발전기에서 환한 불빛을 유지 할 전력을 보내온다. 성공의 비결은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하는 일이라고.
분명 아저씨께서는 우리 집 전기 공사를 시작하셨는데 서비스로 내 인생에 불빛도 달아주시고 친절히 내 마음 속에 항상 깨어있지 않는 의지의 스위치까지 올려주고 가셨다.
“강정민 아저씨, 감사합니다. 아저씨의 말씀, 아저씨께서 하시는 일처럼 제 마음에 항상 환하게 밝혀두고 있을게요.”

김정연
<화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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