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셀러 열받게하는 로우볼 오퍼

2008-06-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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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싸게 밀어붙일 수 있을까

모욕적일 만큼 낮은 가격도 요즘은 넣어 볼만
셀러는 화내지 말고 카운터 오퍼로 대응토록
브로커 협상 능력이 관건, 대화 창구 열어놓아야

주택 시장이 바닥이다. 매물은 많고 가격은 떨어졌으니 바이어는 ‘바겐’을 찾아다니고, 셀러는 무거운 짐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 모기지 은행도 손해를 좀 보더라도 싼 가격에 빨리 처분하고 싶어 한다.
평소라면 어림도 없을 저가 매입의 조건이 마련됐고 실제로 바겐 거래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의 기본은 딜이 될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 싸게 사고 싶다고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해서는 거래가 성사되지도 않을 뿐더러 욕만 들어먹기 십상이다. 따라서 대부분 브로커들도 로우볼(lowball) 오퍼를 내는 바이어는 상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보통 때와는 달라졌다. 가격을 후려쳐도 될 만큼 여러 조건이 무르익었다. 물론 아무리 바이어마켓이라고 해도 로우볼 오퍼를 넣을 때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소위 로우볼 오퍼(lowball offers)란 시장 적정가격이나 셀러 요구가(asking price)보다 터무니없게 낮게 제시되는 오퍼. 간단히 말해 ‘셀러를 열 받게 하는 가격’이라고 정의하는 브로커들도 있다.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도 보통 때와 달리 “요즘은 바이어들이 로우볼 오퍼를 낼만하다”고 지적한다. 셀러와 에이전트들도 로우볼 오퍼라고 즉각 퇴짜를 놓아서는 안되며 어떤 오퍼든지 일단 접수하여 협상을 진행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셀러나 중개자의 감정적 반발을 일으키는 가격은 경우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요구가 보다 25% 아래로 본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30만달러에 리스팅된 주택에 22만달러를 써넣는다거나 210만달러를 요구하는 저택에 150만달러의 오퍼를 넣는다면 셀러의 분노를 촉발시키게 된다. 강한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셀러나 중개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뿐더러 욕을 먹기 십상이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다르지 않은가. 셀러와 바이어, 그리고 중개자는 각자 자신의 감정과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한발 물러서 협상을 지속시키는 기술과 자세가 요망된다. 거래를 잘라버리지 않고 살려나감으로써 3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수 에이전트들은 로우볼 오퍼는 아예 거부하기도 한다. 이들은 최소한 요구가의 85%는 써 넣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셀러에게 모욕일 뿐 돌아올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바이어의 로우볼 가격을 즉석에서 거부하지는 않는다. 공식 오퍼를 넣기 전에 바이어 에이전트와 셀러 에이전트가 만나 오퍼를 얼마에 넣을 것인가 사전 협의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흔히 조정된다.
로우볼 오퍼도 흔쾌히 받아들이는 에이전트들도 많다. 이들은 처음에 심히 낮다고 해서 무조건 거부하지 않는다. 일단 오퍼를 접수하고 이후 협상을 통해 수용 가능한 가격으로 조정하면 된다는 자세다. 요즘처럼 터프 시장에서는 중개인이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셀러가 개인 홈오너가 아니라 은행 등 기관인 경우에는 감정적으로 상처받을 위험이 덜하다.
주택 건설업체나 투자자들도 개인 셀러보다 덜 감정적이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였던 프로젝트인 만큼 로오볼 오퍼에 대해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로우볼 오퍼에 대해 셀러는 새로운 사고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대신 일단 바이어와 대화의 창구를 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바이어와 대화를 함으로써 가격을 더 올릴 수도 있다. 로우볼 오퍼에 대해 나쁘게 반응하는 셀러는 거래의 기회와 좋은 바이어를 놓치게 된다.
로우볼 오퍼의 성사 여부는 부동산 중개인의 협상의지에 크게 달려 있다. 많은 브로커들이 가격이 너무 낮다고 오퍼를 버린다. 그러나 낮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논의를 하다보면 바이어가 얼마나 더 낼 마음이 있는지도 알게 된다. 로우볼로 가격을 제시했던 바이어가 협상을 거치면서 집이 정말 마음에 들어 처음보다 훨씬 많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셀러는 로우볼 오퍼에 대해 요구가에서 소폭 깎은 가격으로 카운터 오퍼를 넣기도 한다. 카운터 오퍼 자체를 거부하거나 원래 요구가 이상으로 카운터 오퍼를 주는 셀러도 있는데 그 가격 이하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협상을 진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셀러나 바이어는 각자 자신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어떤 처지에서 협상하는지 잘 이해해야 한다. 셀러의 주택이 최고 상태이고 시장에 나온지 얼마되지 않고 가격도 낮게 책정됐다면 로우볼 오퍼는 즉각 딱지 맞겠지만 리스팅된지 6개월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면 셀러는 로우볼 오퍼에 대해서도 재고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쪽에서 거래를 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셀러가 그 부동산을 팔고 싶다면 모든 오퍼는 카운터오퍼를 넣을 만하다. 또 바이어가 그 부동산을 사고 싶다면 바이어는 모든 카운터오퍼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거래가 성사되기 까지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를 열어 놓기 위해서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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