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미한인산악연맹 제6기 KAFA 등산학교 참가기

2008-06-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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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한인산악연맹 제6기 KAFA 등산학교 참가기

졸업등반 후 등반학교 졸업생들이 산 정상에서 환호하고 있다.

재미한인산악연맹 제6기 KAFA 등산학교 참가기

등반학교 학생들이 강사들의 도움으로 암벽등반 훈련을 하고 있다.

암벽 위 한 발자국마다 긴장의 연속…

재미대한산악연맹(회장 조용식)은 지난 5월 9~11일, 16~18일 2주간에 걸쳐 샌하신토 아이딜와일드 암장에서 제6기 KAFA 등산학교를 열었다. 미 전역에서 참가한 35명의 교육생들은 등반의 이론과 실제를 익혔으며 마지막 날에는 졸업등반을 가졌다. 이들 졸업생 중 참가 수기를 발췌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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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수<51·자영업·하일랜드 거주>


20대에 산을 좋아해, 한국의 크고 작은 산들을 오르고 내렸다.
세계적인 등정가들의 등반을 보며 암벽등반은 산악인에게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는 암벽등반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적었다.
오랜 미국생활에서 산을 접할 시간이 없었는데 5기 졸업생 조원섭씨의 소개로 KAFA에 등록하게 됐다. 4박6일의 교육과 암벽등반을 통해 그동안 내가 알던 막연히 오른다는 산에 대한 개념과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암벽등반은 매번 스텝을 옮길 때마다 짜릿함과 함께 느끼는 정복감은 이전에는 맛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험난한 산이라도 노력하고 최고의 기술을 터득한다면 산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진짜 산사나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일반 산행은 무거운 배낭과 지도, 나침반을 이용해 며칠이고 고생하며 산 정상에 올라 야호~를 외칠 때 희열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암벽등반은 암벽을 타는 순간부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오를 때마다 긴장의 연속에서 오는 희열이 있었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곳에서는 내려갈 수도 올라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서 있을 수도 없는 애처로운 상황. 그 때 방법은 오직 하나,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는 생각과 인내와 노력이 불과 한 스텝 차이라는 것을 알고 내딛는 한 스텝 한 스텝. 그리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신비함이란 일반 산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반 산행에서는 길을 헤매거나 조난을 당했을 때를 제외하곤 목숨을 걸만큼 위험한 순간이 많지 않지만 암벽등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항상 생명과 연결되는 상황이 전개되기에 수많은 장비의 숙지, 사용법을 연마하고 현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암벽을 오르기위해 평상시에 많은 기술 습득과 체력 단련이 필요한 것도 알 수 있었다.
일반 산행에서는 개인 산행이든 그룹 산행이든 산 정상에 오를때까지 인원수를 세어가며 통제하고 낙오자는 도중에 내려오거나 그 자리에 쉬고 있다가 하산길에 같이 내려오지만 암벽등반은 2명이 한 팀이 되어 서로 협조하며 올라가야 한다.
그러기에 팀웍이 굉장히 중요하며 동료의식이 더욱 강하고 확보자가 생명줄을 잡고 있기에 동료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팀웍을 이룰 수 있고 옛날 영화에서 봤듯이 자기의 실수로 동료의 자일을 끊어야 하는 비통함을 겪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동료에 맞춰가며 배려하는 자세로 암벽등반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진정한 산악인으로써 산을 좋아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더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암벽등반은 필수적이고 이 교육을 통해 각자가 열심히 수련해서 강인한 체력과 기술을 습득했을 때만이 세계 유명 산들을 정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본다.
특히 어린 청소년의 경우 긴 인생길에서 힘든 일에 봉착했을 때 이겨낼 수 있는 인내력, 지구력, 동료애를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자원 봉사로 구성된 25명 이상의 KAFA 임원진의 세심하고 체계적인 교육일정과 모두가 낙오없이 암벽등반을 수료하기 위해 힘쓰신 모든 분들의 열정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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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47·주부·요바린다 거주>

어린 딸들 격려 없었다면
졸업등반 포기했을 텐데…

“그 많은 스포츠 중에 왜? 하필이면 암벽타기인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도전인가?” 그랬던 나였는데…
“등살이 쑥쑥 빠지고 몸매관리에 최고”라는 달콤한 유혹(?)에 주저없이 등록은 했지만 교육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내 마음은 불안하고 편치 않았다. 아무튼 첫주 교육과정은 그런대로 무서웠지만 두 어린 딸들에게 두려움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남편, 7·11세 두딸과 같이 등록했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졸업등반!
난이도가 높아 교육과정과는 사뭇 다르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불안하고 두려움에 후회가 막심했다. 험한 산등선을 오르면서 어린 두 딸이 걱정이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그 어린 것들이 얼마나 힘들까?
드디어 거대한 바위산이 눈 앞에 나타났다. 내 차례가 오기도 전에 숨이 막히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나는 주저없이 졸업등반을 포기했다.
“졸업? 그딴 것 안해도 사는데 지장 없잖아”하고 큰소리 쳤지만 어린 두 딸들이 은근히 압박(?)을 한다.
“엄마도 해봐” “엄마는 왜 안해?”란 말에 정말 갈등이 됐고 여러 강사님들의 도움으로 등반을 결심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매달렸다.
멀리서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 “엄마 파이팅, go 엄마, good job 엄마…”
오로지 정상을 향해서…
더 놀랄 일이 벌어졌다. 어린 학생들은 걸어서 정상에 가기로 했는데 글쎄 11세짜리 딸이 등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순간 마음이 싸늘해졌다. 얼마나 무서울까? 하지만 그것은 단지 내 생각일뿐.
당당하게 올라온 딸의 모습에 눈물이 나도록 대견스럽다.
우리 두 딸 장하다 사랑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아~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온종일 바위 밑에서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 해주시던 강사님과 정상에서 따뜻하게, 안심하도록 반갑게 맞아 주시던 강사님.
진정으로 당신들께서는 철인이십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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