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작전 타임

2008-06-19 (목)
크게 작게
대부분의 운동경기에는 전반전과 후반전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하프타임 즉 작전 타임이 있다. 전반전의 경기 진행과 잘 잘못을 점검하고 나머지 후반전을 어떻게 운영하며 게임을 승리로 마감할 것인가를 준비하는 필요하고도 중요한 시간이 바로 하프타임이다.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전반전에 아무리 잘 하면 뭘하나? 그것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 능력, 지혜가 필요하고, 만약 지고 있던 게임이라면 막판을 뒤집는 기술과 끈기, 불타는 투지의식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시간이 바로 작전타임에 이루어진다. 코치의 말을 몸과 맘에 담는 시간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고 책을 쓴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블사 사장이며 리더십 네트웍의 창시자인 밥 버포드가 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작전타임이 필요하다며 쓰여진 ‘Half Time’이라는 책은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다. 우리의 인생 전반에서 우리는 어떤 능력과 열정을 발휘하며 살았는가? 후반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목표는 무엇인가? 성공인가? 가치인가?
집을 장만하고 재산증식을 위해 부동산 투자를 해왔던 많은 분들이 요즈음 겪는 고통은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황당한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집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빚만 늘고, 불경기로 직장까지 잃고 시름에 빠진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이때가 바로 작전타임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후반전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나이를 두고 일컫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 순간, 매일의 삶에도 작전타임은 필요하고, 어떤 작업이나 계획도 중간 중간 작전타임은 필요한 것이기에 5,60대 후반의 삶을 살며 스스로 인생 후반에 있다는 사람에게만 쓰여지는 말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좀더 신중하게 삶을 되새겨 보는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버포드는 그가 인생의 후반전으로 넘어가면서 그의 시간과 자산을 재정리하고 가치관과 인생관을 바꾸는 시기로 삼았다고 했다. 그리고 단순히 현실을 한번 점검해 보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의 가장 소중한 자리를 새로운 눈으로 느긋하게 바라봄으로써 영혼의 가장 깊은 갈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전반전이 끝났는지 아닌지도 생각 못하며 정신없이 살고 있고, 또 전반전의 치열했던 시간들 때문에 불확실하고 혼란스럽고 모호한 후반전을 두려워 하는 우리들에게 가치에 대해 생각케 하는 말들이어서 새롭게 느껴진다.
투자를 해서 손해를 보았다고, 사업체가 적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바꾸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우리의 삶을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도록 노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언을 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 없이는 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결국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것이며 겸손한 마음으로 내일을 바라보게 되는 진정한 고마움이다.
돈과 명예를 위한 성공지향적인 삶을 살았던 젊은 날에서 이제는 좀 더 의미있는 쪽의 삶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후반전은 좀 천천히 가자. 신중하게 가자. 그리고 신실하게 살도록 해보자. 그래서 작전타임은 조용히 생각하고 귀기울이며 음성을 듣는 시간이다. 인생 사명서를 만드는 시간이다. 가치관과 원칙들에 기초를 두고 솔직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의 능력과 열정을 결합시켜 보는 시간이다.
앤드류 카네기가 쓴 일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람은 저마다 우상을 갖고 있는데, 돈을 긁어모으는 것은 가장 질이 낮은 우상 숭배이다. 돈 숭배보다 더 저급한 우상은 없다.’ 돈을 긁어모으는 재주가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지금 모든 재산이 다 사라져 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위안을 받을 수 도 있는 말이겠다. ‘그래, 그래도 나는 가장 저급한 우상 숭배자는 아니다.’라고.
지난날의 실수, 부족함, 부끄러운 순간들을 다 뒤로 하고 이제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자.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지금은 우리 남은 인생에 참으로 귀중한 작전 타임이 되리라 믿어본다.
(323)541-5603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