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세상서 가장 보람되고 재미있는 일

2008-06-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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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우연하게 식당을 할 기회가 생겼다. 졸업을 하고 무엇을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고 미리 사회경험을 쌓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식당을 창업했다. 그렇게 시작한 식당사업이 벌써 십이년이 되었다.
그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난 친구의 어머니가 나에게 요즘 무엇을 하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식당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 다음 말씀이 나를 참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재호야 대학 공부까지 한 사람이 앞치마나 두르고 뭐하는 것이니. 빨리 돈 벌고 학교로 돌아가라. 너는 그런 일을 할 아이가 아니야.”
친구의 부모님도 작은 샌드위치 장사를 하시는 분인지라 식당이 힘들고 고생스러운 것을 아시고 나를 걱정해서 해주신 말씀이라 서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식당을 하는 것이 변호사나 대기업에 다니는 것만큼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나에게 잘 맞는 일을 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위 사람들과 친척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젊은 사람이 힘든 식당을 왜 하냐고 말씀하셨다.
얼마 전에는 아는 분의 소개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식당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 분에게 “식당하시는 것 재미있으세요?” 하고 여쭈어보았다. 그러자 그 분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말을 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이 하지. 식당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큰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으니까 다들 하는 것 아니겠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먹는장사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 분은 그 말을 이해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 중 많은 수가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보다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일을 한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가끔은 나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듯이 얼굴에 인상을 쓰고 일하는 분들도 보게 된다. 하지만 내가 예전에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이었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지금의 내 모습이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식당이 첫 직업인 분은 많지 않다. 대부분 다른 일을 하다가 식당을 창업하는데 많은 분들이 전에 하던 일보다 식당 일이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일하는 분들이 식당 사업에서 크게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좋은 음식과 정성스런 서비스를 받은 손님은 행복해 한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보는 나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속에 기쁨이 넘친다. 손님들에게 음식으로 섬길 수 있는 식당사업은 그 어떤 직업보다도 재미있고 보람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을 하찮은 것이라고 만드는 것은 잘못된 편견과 자격지심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할 때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업은 번성한다고 믿어진다.

이것이 핵심
1. 음식을 먹고 행복해 하는 손님을 보고 스스로 행복해 해라.
2.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없으면 누구보다 자신이 힘들다.
3. 즐거운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일하면 돈은 따라온다. 작은 식당이라도 당당한 마음으로 운영해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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