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2008-06-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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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패션, 선탠

피부의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철,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를 자랑하는 남녀들이 소매가 없는 셔츠와 반바지를 착용한 것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 건강하고 강인하게 보이는 모습에 부러움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 입니다.
물론 요즘은 실내에서 태닝 기계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피부를 태우는 방법이 유행하므로 예전보다 그런 그을린 피부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티 하나 없이 아주 고르고 매끄럽게 태운 것을 보면 자연광선에 의해 피부를 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 금방 구분 가지만, 그래도 구릿빛 피부는 건강함을 외적으로 표현해 주고 그것에 더해 나름대로 성적 매력을 나타내는 상징처럼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피부를 햇볕에 태우는 선탠의 역사는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궂은 날씨가 많은 유럽의 기후상 화창한 날에 좀 더 태양빛을 만끽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히 자연스런 현상이고 그런 현상이 선탠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낸 원인이 된 것입니다.

선탠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코코 샤넬의 힘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휴양지에서 구릿빛으로 그을려 돌아온 샤넬이 자신의 쇼에서 선탠 모델과 마네킹을 동원했고 당시 코코 샤넬의 유명세에 힘입어 그것이 새로운 유행의 시발점이 된 것입니다. 그 후 부유층을 중심으로 선탠이 유행하기 시작하였고 남들은 열심히 일할 시간에 느긋하게 바닷가나 발코니에서 태양빛을 만끽하며 피부를 태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부유층 사이에서 구릿빛 피부는 마치 부의 상징처럼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1940년대에 들어서며 비키니 수영복의 등장은 선탠을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고 1970년대에 들어 선탠은 북미와 유럽 전역을 휩쓰는 유행으로 정착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지역에서나 계절에 관계없이 화창한 햇빛을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피부를 태우는 태닝 머신이 80년에 등장하며 구릿빛 피부는 더욱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선탠은 피부가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표피 기저층에 있는 멜라닌 색소를 추가적으로 생성하는 과정이라 피부를 태운다는 의미보다 인체 스스로가 자외선에 의한 피부를 보호하는 반응적 현상이라고 합니다.

선탠에 대해서 논란도 많지만 어쨌든 20세기의 새로운 문화로 탄생되어 세기를 넘어서는 문화코드로 정착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되어있는 선탠은 사실 백인들의 문화코드입니다. 백인을 제외하고 일부러 살을 태워서 건강미를 보여야 할 이유는 다른 인종에서는 그다지 필요치 않은 부분입니다. 어쨌든 태닝은 이제 그 자체가 하나의 패션문화로 정착되었습니다.

한 여름에 검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에 진 반바지, 소매없는 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자체는 아무런 명품 장신구가 없다 해도 하나의 멋진 패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적으로 태양빛이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입니다. 태양빛에 여유 로이 나가 있을 시간은 없고 멋은 내고 싶다는 생각에 태닝 머신에 들어가 누워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저 겉모습만의 표현하는 치장일 뿐입니다. 태닝도 하나의 패션으로 생각한다면 겉치장이 아닌 진짜 옷을 입어봐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소니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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