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오나밸리 체리따기

2008-06-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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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밸리  체리따기

체리를 딸 때는 알만 따도록 한다. 줄기 꼭지 째로 따면 내년에 수확할 수 없다.

레오나밸리  체리따기

일부 체리 농장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양, 염소 등 동물들도 있다.

커버 스토리

동구밖 과수원길 체리가 주렁주렁

온가족 함께 떠나자


남가주 일대에 여름철이 왔음을 알리는 과일은 바로 체리다. 매년 이맘때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체리시즌에 맞춰 마켓 진열대마다 탐스럽게 익은 붉은 체리가 한아름씩 쌓여 있다. 마켓 체리도 맛있지만 체리 과수원을 직접 방문해 따서 먹는 체리는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남가주에서 가장 유명한 체리 농장지대인 팜데일 인근의 레오나 밸리(Leona Valley)는 LA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정도 운전을 해야 하지만 우리들은 다리 품을 팔더라도,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마켓 진열대가 아닌 나무에 매달린 체리를 따먹는 걸 좋아한다. 아마도 동구 밖 과수원에서 자두와 복숭아를 따먹었던 기억 때문이 아닐까. 레오나 밸리의 경우 올해는 지난 우기 적당한 강우량으로 인해 체리가 풍년이다. 지금 방문하면 탐스럽게 익은 체리들이 녹색 잎새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체리시즌이 2~3주 연장되면서 7월 초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주말여행을 만들 수 있는 레오나 밸리 체리 농장으로 온 가족이 체리 따기 나들이를 나서자.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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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데일 인근의 레오나 밸리 농장에는 이맘때면 탐스럽게 익은 체리들이 주렁주렁 열린다.

1만그루 벚나무 금년엔 대풍작

체리 농장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일단 과일을 따기가 쉽기 때문이다. 남가주에는 체리 외에도 딸기 농장, 상추 농장 등 아이들과 함께 직접 방문해 열매나 채소를 수확할 수 있는 체험 농장들이 많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체리 농장이다. 일단 딸기는 허리를 굽히고 따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한번 가면 아픈 허리의 기억 때문에 재방문을 꺼린다.

반면 아이들은 체리 농장을 방문하면 반가운 마음에 나무들이 일렬로 심겨져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키가 닿으면 그냥 딸 수도 있지만 높은 곳은 사다리를 가져다 놓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태양 빛을 머금은 열매는 뜨겁기까지 하지만 물에 씻기도 전 입에 가져갈 수밖에 없을 만큼 유혹적이다. 체리를 따다가 한 입을 베어 문 아이들의 입은 어느새 붉은 립스틱을 마구 바른 모습으로 변한다.

레오나 밸리에서 재배되는 체리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눠지는데 색채가 가장 진하고 맛이 단 빙(bing)체리와 사과체리라고도 불리는 노란(yellow)체리 그리고 맛이 시면서 음식 재료로 많이 쓰이는 유타 자이언트 레드체리 등이다. 이밖에도 하티 자이언트, 램버르트, 로얄 앤, 타타리언 등 25종류의 체리가 이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곳에는 1만여그루의 체리나무가 있다. 한창 나무에 꽃이 필 무렵인 3월에 눈과 비가 이곳에 많이 내리면 그 해 체리 수확은 크게 줄어든다. 지난해의 경우 일부 농장은 작황이 거의 없어 농장 자체를 열지 않은 곳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겨우내 비가 충분히 왔는데 꽃이 피는 3월에는 맑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봄철 내내 황금 옥토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한 나무들에서는 체리가 방울방울 많은 열매를 맺고 있다.

체리 나무는 약 9년생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15~30년생의 열매가 가장 맛있으며 나무가 살아만 있다면 100년이 넘도록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꽃 피고 난 후 75일이면 열매가 맺히고 그로부터 2주간이 체리 따는 시즌이다. 체리는 일단 빨간 열매를 맺으면 금방 나무에서 떨어지고 또한 새들의 공격을 받기 때문에 농장들은 수확 가능한 상태가 되면 2주 내에 열매를 거둬들인다.

살충제를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그냥 먼지만 닦고 먹으면 되는데 새콤달콤한 체리를 나무에서 금방 따먹는 맛이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비야 델 솔(Villa del Sol) 체리 농장의 게리 셰리프 대표는 “올해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최고의 체리 수확을 기록하고 있다”며 “보통 6월 중순부터 체리 시즌이 시작되는데 올해는 5월말부터 문을 연 농장들도 많다”고 밝혔다.

레오나 밸리는 키타네묵 인디언이 살던 곳으로 요즘도 화살촉 등 인디언 유물이 곳곳서 발견된다. 스패니시 개척자들이 18세기 후반부터 이 곳을 캘리포니아 최고 농경지인 샌호아퀸 밸리와 동부로 이어지는 농작물 이송로의 중간 경유지로 이용하면서 타운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레오나 밸리는 체리 외에도 아몬드, 라일락, 각종 과일의 산지이기도 하다.

레오나 밸리의 체리시즌은 14일 오전 9시 타운에서 열리는 퍼레이드를 겸한 축제를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개막된다. 이날에는 LA, 오렌지, 벤추라, 컨카운티 등지서 밀려온 1만여명의 인파로 이 작은 도시가 갑자기 붐비게 된다. 퍼레이드는 오전 10시에 개최되며 체리 페스티벌이 오후 4시까지 커뮤니티 센터(8367 Elizabeth Lake Road.)에서 함께 열린다.

이 축제에서는 각종 바비큐 음식, 체리 파이를 맛볼 수 있으며 지역 아티스트들이 직접 창작한 예술품 관람 및 구입을 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를 위한 각종 게임, 콘테스트 등이 마련된다. 퍼레이드는 레오나 애비뉴와 90가 West에서 시작해 엘리자베스 레익 로드를 따라 진행된다. 주최 측은 퍼레이드 시 길을 막아놓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혼잡을 피해 10시 전이나 아예 12시 이후 올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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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럽고 달콤한 체리도 따고, 나무 그늘 아래서 피크닉도 즐길 수 있다.

살충제 안 뿌려 먼지만 닦고 냠냠

■체리 따기 정보 및 주의할 점

레오나 밸리의 체리 농장은 20여개. 이중 10여개 농장이 체리 따기(U-Pick)를 실시한다<지도참조>. 항상 체리농장을 방문하기 전에는 반드시 전화를 걸어 농장 개방 여부와 시기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수원마다 개장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 꼭 전화로 미리 알아보고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

레오나 밸리 체리 핫라인(661-266-7116, www. cherriesupic.com)에 전화를 하면 대표적인 농장의 특징과 오픈 시기, 가는 길을 알 수 있다. 또한 과수원마다 살구나, 천도복숭아를 덤으로 주는 곳도 있으며 잼, 파이 등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농장의 경우, 취나물 등 말린 나물, 말린 대추를 함께 판매하기도 한다.

▲‘U-Pick Orchard’(체리 따기 과수원)은 말 그대로 현장에서 딴 만큼의 체리를 구입하는 것이다. 일부 과수원들은 따면서 먹기만 하고 사지 않는 얌체족이 늘고 있어 입장료를 받게 됐다고 한다. 따면서 지나치게 먹거나, 너무 많이 딴 후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버리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사갈 수 있는 만큼 따는 것이 현명하다.
▲레오나 밸리는 산간지대로 기온이 LA에 비해 15도 정도가 낮다. 두꺼운 재킷을 준비한다.
▲햇볕이 따가울 수 있기 때문에 선탠로션을 준비한다.
▲사다리 발판대, 의자 등은 가져가지 말 것 어떤 과수원의 경우 애완동물 출입을 금할 수 있다.
▲체리를 딸 때는 가지를 자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지째로 꺾으면 새순이 함께 없어져 내년에 좋은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
▲체리나무에 올라가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체리 가격은 파운드당 3달러선로 일반 마켓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다. 단 현장에서 따먹는 것은 대부분 공짜이다.
▲공짜라고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아기 기저귀나 휴지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다.
▲체리 무게를 재러 줄을 설 때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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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타운에서 열리는 퍼레이드를 겸한 축제에는 LA, 오렌지, 벤추라, 컨카운티 등지서 밀려온 1만여명의 인파로 이 작은 도시가 갑자기 붐비게 된다.

●체리는 건강식품

체리는 비타민 C와 칼슘, 포타슘, 섬유질이 풍부하다. 한 컵을 먹었을 때 90칼로리로 비교적 낮은 열량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체리의 붉은 색을 내는 성분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s)에는 항산화 물질이 함유돼 있어 피부노화를 막아준다. 체리에는 또 살균력이 강한 물질이 있어 충치와 치석 예방에 좋고, 아스피린의 성분인 살리실산이 들어 있고 항염증 효과가 있어 통풍과 관절염 치료에 쓰인다. 물론 체리로 통풍을 치료하려면 처음에는 하루 최소한 20개 이상(45개를 먹인 실험이 있다)을 먹어야 하고, 그 후로는 하루 10개 이상을 섭취해야 통풍의 통증이 없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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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인가족이 체리 무게를 재러 서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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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운영 체리 농장

▲에덴 농장
레오나 밸리에서 동쪽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레익 휴즈(Lake Hughes) 지역에 있다. 150여그루의 체리나무에 큼지막한 체리가 열매를 키우고 있다. 주말에만 오픈하는 이 곳은 주변 산간지역의 풍광이 뛰어나고 피크닉 시설을 갖춘 공원이 인근에 있어 주말나들이 장소로 그만이다.
특히 과수원 동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엘리자베스 레익(Elizabeth Lake)는 2개의 캠핑장이 있으며 피크닉 장소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호수는 물이 깨끗해 수영도 할 수 있다. 낚시도 유명하다.
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로 가다가 고먼 지역에서 나오는 138번 하이웨이 이스트로 갈아탄다. 138번을 타고 12마일 정도 가면 오른쪽에 ‘나성영락 기도원’ 표지판이 나온다.
기도원으로 들어서는 길인 Three Point Rd.에서 우회전(남쪽)하여 3마일 정도 가면 Pine Canyon Rd.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다시 우회전(서쪽)하면 세번째 집이 과수원이다.
주소 26865 Pine Canyon Rd.
문의 (661)724-8311

▲신토불이 농장
빅터빌 인근 필랜에도 한인이 운영하는 체리농장이 있다. 10에이커 규모의 신토불이 농장은 3달러 입장료만 내면 체리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취나물도 판매한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이스트→15번 노스→138번 웨스트를 타고 가다가 Phelan에서 내려 18번이 나오면 좌회전 Acolea에서 다시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된다.
주소 3585 Begonia Rd. Phelan
문의 (760)868-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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