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장사 이렇게 하라

2008-0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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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처음 시작한 식당 근처에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묵는 호텔이 있었다. 그분들은 걸어서 올 수 있는 우리 식당을 많이 찾아주셨고 처음 음식장사를 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큰 고객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이곳 손님들보다 까다롭고 특히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라 처음에는 열심히 하려 해도 나의 서비스가 승무원 손님들에게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혼자 오는 분들에게는 가벼운 말동무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하면 도리어 식사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분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관찰한 후 그것에 대하여 질문을 했다.


예를 들어 골프 옷을 입고 오신 분들은 자연스럽게 골프에 대하여 여쭈어 보았고 또한 날씨나 부담 없는 대화 소재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 그분들은 편한 마음으로 아주 기분 좋게 내게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그리고 그 손님이 다시 들렀을 때는 지난번 대화를 떠올려 주면 자신을 기억하고 알아주는 것에 감사해 하곤 하였다. 이렇게 오랜 시간 손님들에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한 후로부터 우리 가게는 승무원들 사이에서 좋은 소문이 났고 그 결과 어떤 특별한 광고를 한 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승무원 손님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요즘도 손님을 보면 그분들의 외모나 말투에서 그분에게 물어볼 것의 단서를 찾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예를 들어 레이커스의 옷을 입고 오는 분들에게는 농구에 대하여 한두 가지 질문을 하고 센스 있게 옷을 입고 오신 손님은 멋쟁이라고 진심으로 칭찬을 해드린다. 물론 음식장사가 형사도 아닌데 사람까지 관찰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 분도 있겠지만 나를 알아주고 내가 좋아하는 대화 소재를 물어봐 주며 아울러 그것을 성의껏 들어주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느껴진다.

또한 손님을 대할 때 무뚝뚝하고 웃음이 없이 대하는 것처럼 손님을 무시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장사가 안 된다고 또는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다고 웃음을 잃은 채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은 총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겨진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고 각양각색인 손님을 대하다 보면 지치고 짜증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손님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없이 음식이나 나르는 식당에 단골이 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요즘 정말 경기가 안 좋아 식당하기가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도 하신다. 그러면서 광고도 해보고 파격적인 세일도 하신다. 물론 이런 방법들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용을 생각한다면 우선은 일관되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손님께 대접하는 것이 첫 번째이며 이것과 더불어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밝은 미소와 작은 관심으로 대하는 것만큼 좋은 마케팅은 없다고 확신한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손님을 보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가벼
운 대화를 시도해라. 그리고 최대한 경청해
주어라.
2. 손님의 이름이나 직함 등을 학생 때 영어단
어 외우듯이 외우고 활용해라.
3. 항상 환한 웃음과 함께 손님을 한번만 웃기
면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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