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푸성귀에 보리밥·강된장 얹어 한 입

2008-0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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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밥

시골 대청서 먹던 그 맛일세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무더운 여름 시원한 정자나무 아래, 혹은 논 귀퉁이 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즐기던 여름 쌈밥을 기억할 것이다. 커다란 바구니에 보리밥과 함께 파릇파릇한 풋고추와 상추, 호박잎
같은 푸성귀를 가득 담은 뒤, 구수하게 끓인 강된장,
혹은 고기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 내온 볶음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특별한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비우기 마련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2,000년 전부터 쌈을 즐겨왔다. 특히
상추쌈은 삼국시대부터 즐겨 먹어왔다는데 우리
조상들은 귀한 쌀밥을 푸짐하게 싸 먹는 것으로
‘복을 싼다’고 믿어왔단다. 깨끗하게 씻은 손에 커다란
상추 잎을 올려놓고 보리밥 한 큰술을 올린 뒤
자작하게 끓인 강된장을 얹어 야무지게 싸 먹으면
임금님 수랏상 부럽지 않은 풍성한 맛의 진미가 입 안
가득 퍼지며 행복해 지는 것. 게다가 싱싱한 야채와
함께 단백질을 듬뿍 섭취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웰빙’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쌈밥의 맛의 비결은 뚝배기 속에서 보글보글 끓는
강된장이다. 김치찌개가 각 가정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고 뚜렷한 정석이 없듯 강된장도 만드는 정석이
없다. 그저 좋아하는 재료들을 된장과 함께 자작하게
끓여 쌈에 올려 먹거나 밥에 쓱쓱 비벼먹으면
그만인데 강한 냄새가 나는 강된장은 한번 맛 들이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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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된장 대신 쇠고기를 넣고 볶아낸 볶음 고추장을
먹어도 좋다. 매콤한 맛의 볶음 고추장은 짭짜름한
강된장과 함께 쌈밥에 곁들여 먹기 좋은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고기 한 점’이 빠지면
섭섭한 사람이라면 빨간 양념을 뒤집어 쓴 제육볶음을
준비하자. 강된장이나 볶음 고추장 대신 쌈밥에 곁들여
먹는 또 다른 별미인 제육볶음은 매콤 짭짜름한 맛이
쌈밥과는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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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은 상추와 호박잎, 치커리, 깻잎, 청경채, 실파, 쑥갓,
부추, 미나리, 민들레까지 밭에서 나는 웬만한 채소는
모두 훌륭한 재료가 된다. 양배추나 미역, 다시마는
부드럽게 쪄서 ‘숙쌈’으로 즐기기도 하는데 살짝 쪄낸
야채들은 달착지근한 맛이 짭짜름한 강된장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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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오늘 저녁 혹은 점심 메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온가족을 시골집 대청마루로 데려가는
소박한 밥상으로 쌈밥을 준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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