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감성시대의 인간관계

2008-05-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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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로 들어오면서 감성시대라는 말을 흔하게 듣는다. 그동안 유교적 문화의 한국 사람들은 감정을 내보이거나 감각적인 것을 들어내면 미숙하고 점잖지 못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사람의 자연스런 감정과 감각을 움츠러들게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이제 합리적이고 자유로움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성과 원칙에 밀려 움츠러진 감성을 되살리자는 집단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성시대라는 말은 이성과 논리를 무시하자는 말보다는 감정과 감각도 균형지게 통합시켜 건강하고 전인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자는 말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사람의 감성은 인간관계에서 레이더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를 예민하게 수집하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나에게 어떤 모습과 어떤 말투로 대하는지 우리의 감각은 민감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 수집된 정보에 따라 우리의 감정은 변한다. 남편이 웃으며 다정하게 어깨를 안아주면 기쁘고 행복하지만, 아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핀잔을 주며 무시하는 표정을 지으면 화나고 쓸쓸해진다.


어찌 보면 꽃잎보다도 더 예민하게 상처받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의 감성이다. 이러한 감성 때문에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불행해지기도 하고, 반면, 치유 받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행복하려면 무엇보다도 서로의 감성이 보호받고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감성이 상처받지 않고 이미 받은 상처도 치유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서로에 대한 민감성(sensitivity)을 개발하고 연습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민감함은 피상적으로 한 사람의 겉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는가를 감지하며 그의 속까지도 들여다보며 그에 맞게 반응해 주는 것이다. 일이 안 되어 실망해 있는 나의 표정과 기분을 누군가 민감하게 눈치 채고 부드러운 위로의 말을 해주고, 격려의 말로 어깨를 두드려 준다면 우울한 나에게 용기가 된다.

하지만 배고프고 지쳐 있는 나의 상태에 무심하고 둔감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일만 생각하고 나를 재촉하고 몰아친다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의 마음은 더 상하게 되고 그 사람에게 원망과 불평이 생기며 관계는 건조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민감하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나의 눈과 귀와 모든 감각을 열고 대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표정뿐 아니라 그 이면의 슬픔과 고민까지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고 그 사람의 필요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굳이 감성시대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감성적 터치는 너무나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타고나면서 더 감성적이고 어떤 이는 더 이지적이기도 하지만 행복한 관계를 원한다면 우리 모두의 감성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감정과 감각이 무시당하고 둔감하게 대우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민감성은 저 사람도 나와 같이 똑같은 것을 원하고 똑같은 것으로 괴로워한다는 인간적 이해와 존중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감성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성지수는 어디에 있는가 자가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213)500-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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