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가족의 소중함

2008-05-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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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혈연과 혼인으로 맺어진 한 집안의 친족
가정-한 가족을 단위로 하여 이루어진 생활공동체
식구-같은 집안에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의 따사롭고 부드러운 기운이 도는 5월이 온유함을 연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조부모, 부모, 자식 등 3대가 함께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4대가 함께 사는 가족뿐 아니라 5대까지 한 가정을 이루며 살았던 적이 불과 반 세기 정도 됩니다. 한국사회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 중심의 대가족의 삶은 도시 중심의 소가족 혹은 핵가족의 삶으로 변해 갔는데 그 이유는 농촌의 젊은 인력이 도시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가면서 대가족의 파괴가 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삶이 경제를 중심으로 재편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대가족이었을 때에는 사람교육이 가정 안에서 거의 이루어졌습니다. 대가족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교육은 마을 공동체가 함께 감당을 했었지요. 아이들은 자랄 때 칭찬과 야단을 균형 있게 들으며 자라면서 해야 되는 사람의 도리(관혼상제)나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가족이 해체되는 시기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이민생활은 그런 생활이 이미 보편화 되어 있는 추세입니다. 남녀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며 살면서 그저 몇 명의 자녀만 키우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면 그 때부터 그 자식은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기 때문에 더 이상 가정의 구성원이라고 보기가 힘든 것입니다.

얼굴을 보는 것도 방학 때나 특별한 명절 두세 번 정도 더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노인이 되면 인생은 보기에 따라서 더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되어 있습니다. 나이든 부부가 찾는 곳은 고향이나 가족의 품이 아니라 노인아파트나 양로원입니다. 사람이 늙을 수록 할 수 있는 일이나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외로움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늙어서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공동체에 자신의 존재가 의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가정이 파괴되고 무너져 내리는 이 시점에서 저는 식구라는 말이 새삼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구라는 말은 한 솥밥 먹는 밥상공동체, 생활공동체라는 의미로 어떤 목적과 비전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한층 중요할 것입니다.


작은 가정과 가정이 모여서 이런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고, 두레마을처럼 이러한 공동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두레마을에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은 식구들입니다. 아직은 형제자매로 살아가는 수준은 아닙니다.

함께 생활공동체로, 밥상공동체로 살아가면서 작은 가지에 바람 잘 날 없는 것처럼 잔잔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가운데 우리들은 이 가운데서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하고 상대방이 나를 가르치는 선생이요,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물임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누가 나의 어머니며, 누가 나의 형제들이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보아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마태 12:48-50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넘어서서 건강한 공동체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인격을 성장시키고 서로가 서로에게 지체가 됨으로 그 안에 사는 이들로 하여금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합니다.

가정의 달에 가정과 가족의 개념을 넘어서서 한솥밥 먹는 생활공동체인 식구로까지 우리의 세계가 확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규백 <목사>
(661)831-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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