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명품의 선택

2008-05-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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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신조어중 명품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언제, 누가 처음 만든 말인지는 모르지만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이 단어 역시 순간에 정착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명품이라 불리는 모든 제품들이 좋은 원자재를 사용하여 뛰어난 내구성을 지니고 있고 싫증나지 않는 디자인으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으나 사실 기능성이나 활용성이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명품이란 원래 대중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장인의 정신이 깃들어진 독보적인 디자인, 훌륭한 원자재에 섬세한 가공기술, 한정된 수량에 의한 희소가치 같은 것들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명품은 당연히 고가에 판매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명품을 입거나 소장하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애착과 소중함을 생각하고 그런 것을 지닐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주위에 자부심과 우월감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 시대가 바뀌며 이런 명품의 개념도 점점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통적 명품 브랜드들이 기획 화된 대중상품을 출시하여 한정된 시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아이디어와 자금력을 동원한 신흥기업들이 명품시장에 뛰어들어 몇 년 만에 자리를 잡는 모습을 이제는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패션이나 액세서리 전문잡지를 보면 과연 이 회사가, 이 제품이 언제 이렇게 명품이라 불릴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을까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이제 명품시장도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전쟁터로 변모한 모습입니다. 그런 기업들의 홍보 전략의 홍수 속에 우리들은 정작 판단 능력을 잃고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며 충동구매나 유행을 따라 흔들리게 됩니다.

이런 명품의 홍수 속에서 어떤 브랜드의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가 구매의 고민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명품은 가격이 비싸고 고급스러우며 화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다음 내가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지, 효용가치가 있는지 판단을 해 봐야 합니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남들이 살 수 없는 고가의 물건을 내가 가진다는 것으로 자기만족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1년 내내 벽장 안에서 잠자고 있어야 할 물건이라면 그것은 내게 명품으로의 가치를 발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시대가 변해서 명품의 기준이나 의미도 많이 바뀌어 간다고 봅니다.
자동차를 예를 들면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전통적이고 값비싼 명품도 있지만 도요타의 캠리나 혼다의 어코드 같은 잔 고장 없고 저렴한 가격의 다수 대중이 필요로 하는 명품들도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 현대사회 입니다.

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니만 마커스의 매장에서 유명 디자이너의 값비싼 옷도 많이 팔리지만 다수 대중을 위한 실용적이며 저렴하고 디자인이 뛰어난 중저가 상품들도 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무수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결국 명품의 기준은 선택을 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봅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액세서리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착용했을 때 내가 얼마나 돋보이고 소화를 할 수 있는가가 우선입니다. 명품을 가장 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스타일을 얼마나 알고 있고 나만의 개성을 표출할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싼 명품에 흔들리게 되고 그것을 착용하면 마치 신분상승을 한 듯 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원초적 심리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패션업에 종사하는 저로써는 패션이란 반드시 화려하고 비싼 것이 최고는 아니다 라는 기본적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소니아 김

www.acaw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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