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2008-05-21 (수)
크게 작게
사명감과 섬김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오래 전 일식식당을 준비하면서 본고장에 가서 무언가를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인터넷에서 전통 있고 유명한 가게를 검색하여 그 식당을 찾아가는 것이 나의 여행목적이었다.
무척 춥고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그날 나는 오사카에 있는 일본 라면집을 찾아갔다. 3대째 대를 이어가며 운영되는 그 가게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활기차게 감사하다고 소리치며 인사하는 종업원들의 열기가 나를 들뜨게 했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어렵게 주인아저씨와 잠깐 이야기를 했다. 가업을 이어받기 전까지 엔지니어였던 그분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이 라면 맛을 지키기 위하여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왜 이런 것을 체인화 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분은 아직까지 좋은 재료의 구입과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음식 조리과정을 여러 개를 하면서 똑같이 할 자신이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며 먼 곳에서 찾아 주어서 감사하다고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나는 그 가게를 나오면서 그 사장님은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의 맛을 지키며 많은 분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하신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오사카의 밤거리를 걸으면서 음식장사를 하는 나의 마음자세에 대하여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하든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욕심, 그리고 전국적인 음식체인의 사장이 되어서 유명해져야겠다는 야심만이 내 마음속에 가득했지, 좋은 음식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을 섬겨야겠다는 어떤 사명감은 부족했다.
물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이익 추구가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하지만 단지 돈 때문에 안 좋은 재료를 쓰거나 성의 없이 만든 음식으로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음식장사를 하는 사람의 자존심을 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나는 아직도 그 좁은 라면집 안에서 최선을 다하여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그 사장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진지함, 그리고 열정, 참으로 지금도 가끔씩 음식장사가 힘들고 짜증이 나면 그 분을 떠올리며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그 날 이후였다. 나는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섬기는 음식장사를 평생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기 시작했으며, 이렇게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당연히 사업도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핵심
1. 음식장사의 사명감은 남의 생명을 존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2. 나쁜 재료, 그리고 성의 없이 만든 음
식 모두 불량식품이다.
3. 장기적으로 섬기는 자세로 좋은 음식
을 만드는 것만이 성공의 길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