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영중인 영화프로

2008-05-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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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Noise) ★★★(5개 만점)

어느 도시인의 ‘소음’에 대한 복수극

맨해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
남의 일 같지 않아 ‘재미와 만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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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막이를 한 빈이 뉴욕시장이 들으라고 엄청난 소음을 틀어놓고 있다.

소음 속에 사는 도시인들이라면 무릎을 치고 공감하고 또 박수까지 보낼 수 있는 도시인의 소음에 대한 복수극이다. 특히 이 영화의 무대인 뉴요커들의 반응이 왁자지껄할 것이다.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헨리 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도시인들이 모두 여러 번 겪고 또 주인공처럼 행동하고픈 충동을 느꼈을 가능성 때문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래서 주인공의 소음(카 알람)에 대한 1인 십자군 전쟁에서 대리 만족감과 함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첼리스트 아내 헬렌과 어린 아들과 함께 맨해턴에 사는 직장인 빈(팀 로빈스)은 보통 시민. 그는 그동안 카 알람소리를 참고 살다가 어느 날 도저히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행동을 개시한다(빈이 카 알람 때문에 아내와의 섹스 등 하던 일을 중단해야 하는 여러 장면들이 재미있고 우습다).
빈은 처음에는 알람이 울리는 차의 바퀴의 바람을 빼는 것으로 복수 행위를 시작한다. 여기서 작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 빈은 이어 점점 더 과격하게 돼 알람이 울리는 차의 유리를 깨거나 차 본넷을 열고 알람이 연결된 코드를 절단한다. 그러다가 빈은 마침내 경찰에 체포된다. 처음에 판사는 경미한 벌금형을 내리나 빈이 자꾸 자기 앞에 나타나면서 벌도 강해진다. 이에 빈은 잘못한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 알람이 울리는 자동차 주인이라고 소송을 제기하나 판사에 의해 기각된다.
좌절감과 분노에 시달리던 빈은 램보처럼 온갖 기구로 중무장을 한 뒤 맨해턴의 밤을 누비고 다니면서 알람이 울리는 차는 물론이요 도난경보가 울리는 상점의 유리까지 닥치는 대로 깨고 부순다. 그리고 ‘교정자’라는 스티커까지 남겨 놓는다.
빈은 그러다가 걸려 1년간 옥살이를 하고 직장에서 쫓겨나는가 하면 아내로부터도 버림을 받는다. 이런 빈에게 예쁜 프리랜스 여기자 에카테리나가 찾아와 부수는 행동 대신 주민발의안을 내라고 조언한 뒤 빈과 함께 주민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한다. 그런데 뉴욕 시장(윌리엄 허트)이 이 발의안에 반대를 하면서 빈의 소음박멸 운동이 장애를 맞는다.
성인용. 선셋 5(323-84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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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강을 거슬러!’(Up the Yangtz!) ★★★

마오쩌퉁에 의해 시작된 중국의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소 ‘세 골짜기 댐’ 건설과정의 후유증을 양자강을 따라 가며 명상하듯 카메라에 담은 중국 기록영화다.
감독은 폭 1½마일과 높이 600피트 이상의 이 댐으로 인한 환경재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댐건설의 부수적 피해측인 수몰지역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댐 건설을 위해 무려 400스퀘어마일이 수몰되면서 수많은 농민들과 동네 상인 등 서민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영화는 양자강을 떠다니는 외국인용 관광선에 취직한 16세난 가난한 농부의 딸과 한 청년을 통해 댐의 간접적 피해자들의 딱하고 슬픈 사정을 담담하게 떠올린다.
양창 감독은 댐 건설을 비판하는 것을 자제하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관객에게 일임하고 있다. 시적 비감을 느끼게 되는 영화로 촬영이 아름답다.
뮤직홀(310-274-6869),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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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Water Lilies) ★★★

10대 소녀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과 성장통을 그린 프랑스 영화로 젊은 성인의 문턱에 올라선 10대들의 정신적 육체적 불안과 욕망을 진지하고 감각적으로 그렸다.
실내 수영장과 거기서 연습을 하는 수중무용팀들의 얘기여서 물기가 가득한데 무용 장면을 찍은 촬영과 소녀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1960년대 파리 교외 세르지. 주인공들은 동네 학교 수중무용팀의 프리 마도나인 섹시한 금발의 플로리앙과 플로리앙을 롤 모델로 여기는 수줍은 갈비씨 마리 그리고 마리의 친구로 토실토실 살이 찐 외향적인 안.
이 세 소녀의 우정과 이성과 동성에 대한 강렬한 감정을 다뤘다. 영화에서 어른들이 안 보이는 것이 이상하다.
22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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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게트(오른쪽)가 가족에게 소개한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공항 소설’ (Roman de Gare)★★★½

퍼즐 푸는 듯한 스릴러·살인 미스터리
현기증 나도록 복잡한 플롯
인물들의 운명 절로 궁금해져

프랑스의 히치콕이라 불리는 클로드 를루쉬 감독의 장난 끼 짙고 퍼즐을 푸는 듯한 스릴러이자 살인 미스터리요 또 코미디다. 아름다운 경치와 여자와 스피드와 로맨스와 마술이 있는 현기증 나도록 구구각색의 내용을 지닌 영화로 플롯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또 얘기가 때로 터무니없지만 재미있다.
시간대를 마구 넘나들며 운명이 어떻게 그럴 법하지 않은 사람들을 친구와 연인들로 만들어주는가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들의 정체와 그들의 상호관계가 끊임없이 궁금해진다.
영화는 처음에 우아하고 섹시한 중년 여류작가 쥐디트(화니 아르당)가 파리 경시청에서 형사들에 의해 심문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형사들은 쥐디트가 자기 희생자들 앞에서 마술을 해 ‘마술사’로 불리는 시리얼 킬러와 관계가 있는지를 묻는다.
이어 라디오에서 ‘마술사’가 교도소를 탈출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장면은 고속도로 휴게소로 옮겨진다. 여기서 줄 담배를 태우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여자 위게트(오드리 다나)가 애인 폴과 다툰 끝에 버림을 받는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그에게 키가 작고 찌그러진 호박 같은 얼굴을 한 정체 불명의 남자(도미니크 피농)가 위게트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그런데 이 남자는 과연 ‘마술사’일까.
위게트는 이 남자의 차에 탄 뒤 둘이 함께 프렌치 알프스 발치에 있는 자신의 시골집에 도착한다. 그리고 위게트는 가족들에게 같이 온 남자가 약혼자 폴이라고 소개한다. 위게트의 향토색 짙은 가족들은 처음에 ‘폴’을 경계하나 그가 가족들 앞에서 마술 묘기를 보여주면서 ‘폴’을 한 가족처럼 맞는다.
그런데 이 ‘폴’은 따분한 시골 삶을 피해 도주한 교사이던지 아니면 유명한 여류작가에 고용된 대필 작가이던지 또는 교도소를 탈출한 시리얼 킬러이던지 셋 중 하나일 수가 있다.
그의 정체는 나중에 밝혀지지만. 서브플롯으로 버건디에서의 스피드와 칸에 정박한 요트에서의 액션이 있다.
R. 선셋5. 랜드마크(310-281-8233), 플레이하우스7, 타운하우스5(818-981-981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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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Heaven’s Gate)

1890넌대 와이오밍의 존슨 카운티에서 일어난 유럽계 이민 농가와 아메리칸 제국을 세우려는 지주들간의 유혈 살육전 실화를 다룬 대하서사 반-웨스턴이다. 1980년 작.
‘디어 헌터’로 오스카상을 탄 마이클 치미노가 감독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225분짜리로 상영했다가 비평가들의 혹평 때문에 148분짜리로 재편집돼 다시 극장에 나왔다.
그러나 그것 역시 혹평을 받자 개봉 직후 극장에서 철수돼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영화로 기록됐다. 그래서 영화를 만든 UA의 주인 트랜스 아메리카는 UA를 MGM에 매각했다.
크리스 크리토퍼슨, 크리스토퍼 윌큰, 이자벨 위페르 주연. 219분짜리. 디렉터스 컷으로 관람을 권한다.
22일 하오 7시30분. 에어로 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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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Bloodline) ★★★

과연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는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중심 플롯으로 삼은 이 의문을 캐 들어간 기록영화다. 거의 믿을 수 없는 내용이지만 마치 미스터리 스릴러를 보는 것 같은 흥미를 유발시킨다.
기록영화 제작자인 브루스 버제스는 소위 이 ‘혈통 음모론’을 밝혀내 가는 과정을 3년간에 걸쳐 기록했다. 그는 남불의 렌-르-샤토 성당을 중심으로 아마추어 모험가 벤 해못과 팀을 이뤄 이 성당 부근의 지하 동굴 안에서 미라화한 여자 유골과 1세기 예루살렘에서 사용하던 유물들을 찾아낸다. 영화는 예수는 결혼했으며 이 유해가 막달라 마리아의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관심이 가는 작품. 선셋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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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 (Reprise) ★★★½

청춘의 분방한 자유와 운명의 위험성을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동원해 묘사한 뛰어난 노르웨이 영화다.
작가 지망생들인 20세의 두 남자 친구를 주인공으로 우정과 애정, 광기와 창조성을 탐구하고 있다.
필립과 에릭이 원고가 든 봉투를 들고 우체통 앞에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모두 컬트 작가의 꿈을 소유한 둘 중 필립의 글은 채택되고 에릭의 것은 퇴짜를 맞는다. 그러나 벼락 유명 인사가 된 필립은 자기 연인 카리에 대한 집념적인 사랑과 창작력 중단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에릭은 집요하게 작가의 꿈을 추구한다.
영화는 두 친구의 현실과 함께 둘에게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들과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을 마구 뒤섞어 거의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그래서 끝에 가서 과연 어느 것이 현실이며 또 어느 것이 상상인가 하고 의문하게 된다.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영화다.
R. 랜드마크.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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