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2008-05-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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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사랑하고 치유하는 공간

짤막한 한시가 하나 있다. ‘문밖 사리 문을 나서니 산 아래 길이 수십 개로 갈라지네’ 이 시처럼 사람들은 모두 어느 한 가정에서 자라나온다. 그리고 집을 나선 후엔 천 갈래 만 갈래 다른 삶을 살아간다. 어느 하나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만 원하는 것은 한 가지, 모두 같다. 행복이다.

모든 사람이 찾아 헤매는 행복은 어디에 있나?


행복은 산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마음에 있다. 그리고 가정은 바로 그 행복의 근원이 되는 마음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지금 당신이 행복한 삶을 사는가 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가에 굉장한 무게가 실려 있다.

밝고 따사롭고 온갖 꽃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5월에 가정의 달이 있다.

우리의 가정이 어둡거나 춥지 않고 웃음꽃이 만발하는 오월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리라. 당신의 가정은 아름다운 오월 같은 가정인가?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살며 상처받을 때 가장 안전한 나의 가정으로 돌아와 편히 쉬며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곳인가. 아니면 밖에서보다도 더 심한 상처를 주고받는 어둡고 살벌한 전쟁터인가? 많은 남편과 아내와 아이들이 지금 이 시간도 자신의 가정이 아닌 친구 집과 술집과 게임방에서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육체에 상처를 받으면 흉터가 남듯이 마음에도 상처를 받으면 흔적이 남는다. 그래서 아픔과 쓰라림과 외로움과 여러 가지 학대가 많던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 마음에 열등과 우울, 강박과 피해의식, 신경질과 욕구불만, 또 적개심과 분노 같은 흉터가 생겨서 성인이 된 후의 삶이 밉고 불행하게 되기 쉽다.

예로, 성장기 때 가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다시 상처 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심리적 방어가 강하게 된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배우자의 의도를 왜곡하며 부부싸움을 하게 된다. 또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공격적이 된다. 그래서 자신의 배우자나 아이들에게 짜증과 빈정거림과 은근한 강압과 분노로 통제하고 군림하려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 즉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남을 통제하는 것으로 자신의 충족 받지 못한 심리적 욕구를 채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한 부모들은 자칫, 자신의 가정에서 받은 그 상처를 다음 세대 자녀들에게 되풀이하기 쉽다.

어차피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가정만큼은 상처들이 치유 받고 회복되는 곳이어야지, 상처를 대물림하는 불행의 근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가정에 건강한 사랑이 있는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일수록 두려움 없이 밝게 성장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부모의 욕심에서 나온 사랑이 아니라, 아이의 가치를 귀히 여기는 사랑으로 사랑해 주는 것이 아이들 삶엔 어떤 일류대학 졸업장보다, 잘난 외모보다, 재물보다 가장 큰 재산이 된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행복의 씨앗을 그 마음에 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정은 오월같이 따스하고 아름다운 곳인가? 부모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대물림되는 곳은 아닌가? 혹 그렇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처 주는 가정이 아니라 치유하는 가정, 불행이 아니라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을 키워주는 가정을 만들기 위하여.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213)500-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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