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뿌리는 존재의 근원

2008-05-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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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붉은색과 푸른색이 절반 정도 섞여 있지만 이제 열흘 정도 지나면 노랗게 익어 있을 맛있는 살구의 존재 근원에는 뿌리가 있습니다. 뿌리가 없었다면, 뿌리가 부지런히 각종 영양분을 줄기를 통해 나무 전체에 주지 않았다면, 꽃피는 시기에 물을 부지런히 빨아올리지 않았더라면 맛있는 살구 맛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뿌리는 그 부모이며, 삶에 있어서 뿌리는 고향입니다. 물 위를 떠다니는 부평초조차도 뿌리가 있어서 그 존재가 삶을 누리는 것입니다.

존재와 존재들은 서로 상호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무는 뿌리와 줄기, 그리고 가지와 잎사귀, 꽃과 열매가 서로 연관성을 가진 연방체입니다. 어느 것 하나 불필요한 것이 없고 서로가 서로를 돕는 지체인 것입니다. 각각의 존재는 다른 지체들로부터 서로 알아 달라 하지 않고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크게 보면 해와 달과 불(땅속이든 땅 밖이든)과 물과 나무와 쇠, 그리고 흙은 서로 상호 연관성이 있고 서로를 돕는다는 것을 우리조상들은 음양오행원리를 정립하여 삶속에 그것을 적용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애리조나 북부지역, 우리가 잘 아는 그랜드 캐년과 가까운 지역에 나바호족과 호피족으로 불리는 인디언(이들은 실은 Native American들인데 편의상 인디언이라고 하겠습니다.) 부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 두 부족을 선교하고 있는 다섯 명의 선교사들을 알고 있는데 세 분은 호피족을 선교하고 있고 두 분은 나바호족을 선교하고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인디언의 삶은 마치 목마른 사슴과도 같고 물이 모자라서 비틀리며 자라는 가련한 나무의 형상과도 같습니다. 대부분의 인디언들은 마약과 술로 인해 삶은 피폐해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가는 정신과 몸이 분리되어 살아가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컬럼버스의 미 대륙발견 이후 역사적인 과정이 있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미국사회 속에서 함께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할 사람들 가운데 인디언들은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492년 컬럼버스가 미 대륙에 도착하던 당시에 2,000만명으로 추산되던 미국 원주민은 19세기 말인 1800년도 말에는 그 숫자가 23만명으로 급감하였으며, 20세기에 들어서 다시 그 숫자가 증가하여 현재 인디안 전체 인구는 250만명 정도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워낙 500여년의 역사 속에서 피해와 그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아서 넋을 잃은 것처럼 살고 있지만 이들과 이들의 자녀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워낙 다양한 민족이 공생하는 미국 땅에서 우리 한민족의 역할은 정신세계가 피폐한 사람들과 민족들에게 하나님과 더불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할 때 미국 땅에서 우리 민족의 존재 이유가 보다 분명해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디언들과 우리 민족은 뿌리가 같은 민족임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인디언 선교를 할 때 다른 민족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한국 선교사들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각각의 존재는 존재 이유가 있을 때 살아있음에 충실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지난주 나바호족 보호구역에서 두레마을 식구들이 그 곳 나바호족 인디언을 선교하는 한명수 선교사와 각종 채소를 심으면서, 호피족 교회에서 이상혁 선교사의 부인인 김부영 선교사와 새롭게 호피선교에 참여한 임태일 선교사, 그리고 호피 가족들과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면서 뿌리가 상처받고 썩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뿌리가 치유되고 회복되어야 나무는 건강한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미국의 소외된 지역인 인디언 보호구역에 대한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이상혁 선교사 홈페이지 http:// injesijak.com.ne.kr, 한명수 선교사 홈페이지 http://namission.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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